[사설]金보건복지 물러나야…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01분


결론부터 말하면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보건복지 당국과 공단이 저지른 실책과 그것이 불러온 국민의 불편, 그리고 혼선과 차질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한사람의 사표 제출로 유야무야될 수 없는 성격이다. 장관이 부서의 총괄 지휘권을 행사하는 정부 시스템에 비추어 볼 때 ‘책임 행정’을 구현하고 나아가 행정의 오류와 과오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김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선 국민연금과 관련한 국민의 걱정과 불평에 대해 2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라는 개별 행정조직 및 일개 공단의 잘못에 대해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사과를 하는 상황에서 소관 장관이 변명과 보신에 급급하는 듯한 모양을 보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대통령이 나서서까지 진사(陳謝)하는 상황에서 해당 장관이 고개를 들고 부서를 제대로 지휘할 수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이번 파문의 과정을 살펴보면 탁상행정의 표본이 이런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일천만명이 넘는 대상자를 두고 돈을 걷는 일인데도 준비와 사전홍보가 너무 소홀했다.

국민연금 전국민 확대실시에 따른 문제점은 바로 노출됐는데도 그에 대한 대처가 안이하고 부실했다. 아무리 소득추계가 어려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거품시대의 소득을 근거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하의 국민에게 강요하듯 한 것도 잘못이었다. 생계가 빠듯해질수록 적은 돈에도 민감해지는 상황, 연금이 세금처럼 느껴지는 국민감정, 그런 것들을 도외시했다. 그러고도 ‘불만이 있으면 찾아와서 고쳐보라’ ‘소득이 적다는 것을 입증해보라’고 하니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정권초기니까 행정도 그 힘의 관성에 편승해 밀어붙이자는 의식은 없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제 누더기 깁는 식의 보완책이 나왔지만 국민연금은 ‘개인연금’으로 전락하는 인상이고 사회보장제도로서의 본래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게 된 지경이다. 이런 중대한 실책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진다는 말인가.

오늘의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 말고도 의약분업 의보통합 같은 중대 개혁과제들을 첨예하게 대립된 집단간의 이해관계속에서 풀어나가야 하는 자리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있고 업무장악이 분명한 새 장관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정파 등을 초월해 능력위주의 새 인물을 앞세워 수습해 나가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