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선/「IMF체제 졸업」위해선

  • 입력 1999년 2월 10일 19시 09분


국내외 여기 저기서 한국은 벌써 IMF를 잊었다거나 최근 경제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자만할 경우 한국은 더 어려운 국면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경고의 소리가 들린다.

최근 ‘IMF졸업착각’의 비아냥 섞인 지적이 IMF 외국신용평가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잇달아 나오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외환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구조조정과 노사문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데도 사치성소비 증가, 외국여행 급증 등에서 보듯 한국사회에 벌써 IMF를 졸업한 듯한 이완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수치상 반등에 호들갑

과연 우리나라 경제는 언제 회복될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 IMF를 졸업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실물경제동향의 분석에서 우리 경제가 경기저점을 지나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수치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일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경기가 호전되었다고 응답한 기업이 거의 과반수에 이르고 특히 작년도에 좋지 않았던 자동차와 전기전자부문의 경기호전이 눈에 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작년 수준보다 높아지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 4·4분기에 경기 저점을 통과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수출 및 내수에 대한 전망 역시 대부분 낙관적인 응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저점의 통과는 금년 성장률이 2∼3%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볼 수도 있다.

성장추세의 반전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여기에는 외환위기 직후 상황이 극히 나빴던 것에 따른 수치상 반등요소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음을 직시해야 하며 재도약을 위한 준비단계로서 좋은 징표가 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본다.

따라서 성장세의 회복이 경기전망에 대한 낙관론으로 도색되어 경제주체들의 안이함과 경각심의 해이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IMF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의 세 주체가 일심동체가 되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물경제의 회복이다. 최근 실물경제 동향의 점검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제조업 전체적으로 올해도 설비투자를 약 10%폭으로 줄일 것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설비투자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부문을 떠나 새로운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산업정책을 끌고 가야 할 것으로 본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클린턴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보통신과 관련서비스산업분야에 대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장기호황과 완전고용의 실현이 가능하였음을 우리는 목격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비교우위에 있는 신산업분야를 전략적으로 선정하여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환율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제반 제도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비공식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된다고 한다. 금융시장의 세계화에서 연유한 외환시장의 불안정은 지구촌경제의 가장 우려되는 취약점으로서 많은 신흥국가들이 고통을 당하였다.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움직이는 불안정한 외환시장을 수습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경제운용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실물경제 되살아나야

특히 해외부문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경우 예측가능하고 안정된 환율시장을 확보함으로써 실물경제 교란요인을 최대한 차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기업의 입장에서도 위험관리기법을 다양하게 도입하여 구사함으로써 개방경제의 불안정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기업들은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위한 중단없는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하면서 연구개발과 신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저금리시대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물경제동향의 호전을 경제주체 모두가‘IMF체제 졸업’이란 자만과 착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신호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절실하다.

이선〈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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