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미국의 前­現대통령

입력 1999-02-10 18:59수정 2009-09-2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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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등 전직대통령 3명이 후세인 요르단 국왕 장례식에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CNN방송은 이들 4명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동승한 것은 처음이라며 장례식 도착장면을 상세히 보도했다. 현재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건강이 허락했다면 이들과 합류했을 것이다.

▽미국 전 현직 대통령 4명은 요르단에 가면서 중동평화협상 코소보사태 등 국제현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모두가 국정 최고책임자의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이날 에어포스 원은 마치 공중 세미나장 같았다고 외신은 전한다. 면면을 따져보면 감정이 격할 정도로 선거전을 치렀던 정적 사이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런 격의가 없다.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하는 그들이 부럽다.

▽97년 부시의 기념도서관 개관식 때다. 그 때도 이번처럼 전 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 언론들은 그들의 화기애애한 대화분위기를 ‘미국 역사에서 마주치게 되는 가장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전직 대통령들의 예우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현직 대통령의 존경심이 조화됐기 때문에 그같은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우리의 전 현직 대통령들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식 때와 지난해 여름 한차례 만난 적이 있다. 대면을 하게 되면 냉랭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는 그들 사이의 분위기가 안타깝다. 전 현직 대통령들 사이의 ‘악연의 골’이 우리처럼 깊은 나라가 어디 또 있을까. 그래서 미국의 전 현직 대통령들 모습이 더욱 부럽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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