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직업선택 早期교육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05분


중학생들이 장래 희망하는 직업 1위로 교사가 뽑혔다. 교사 이외에 다른 인기직업으로는 여학생의 경우 패션디자이너 의사 탤런트, 남학생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회사원 프로운동선수를 들었다. 노동부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중학생 1천3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다. 과거 직업 선호도조사에서 정치가 법조인 기업인이 단골로 인기순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교사는 무엇보다 안정성이 높은 직업이다. 그렇다고 요즘 청소년들의 직업관이 안정성을 중시하는 현실감각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번 조사는 학생들에게 원하는 직업을 써내도록 해 이뤄졌다고 한다. 이들이 제출한 직업 종류는 1백여개에 불과했다. 늘 가깝게 접하거나 평소 알고 있는 직업 가운데 하나를 써낸 것이다. 신세대답게 개인시간이 많고 힘들지 않아 보이는 직업을 선호했을 뿐 대통령이 인기순위 1위였던 과거의 직업관과 크게 달라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측면도 있다.

▽진로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바람직하다. 선진국에서는 유치원때부터 세상에 어떤 어떤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직업을 찾도록 교육과정을 통해 이끌어준다. 그러나 우리는 진로교육 자체가 없다. 교육의 최종 목표로 대학 진학만 있을 뿐이다. 대입 원서접수 창구에서 수험생들이 지원학과를 즉석에서 고쳐 써넣는 모습이 우리 진로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IMF 이후 직업인들은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평생직장’이 사라지면서 직업에 대한 개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처럼 막연하고 추상적인 직업관으로는 ‘정글’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학생들의 충실한 직업 준비를 도와주는 진로교육의 도입이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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