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전화번호 안내업무를 하고 있는 덕분이지요. 9년전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세상이 이대로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1년전 한국통신의 재택직 번호안내원으로 일할 기회가 생긴 이후로는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기분입니다. 하루 6시간 정도 근무하고 저로서는 적지 않은 보수를 받아 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전화번호 안내업무를 하다보면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외롭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이 참패했을 때는 차범근감독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안내거부 신청이 되어있다고 대답했더니 차감독을 두둔한다고 불평하던 고객들도 있었습니다. 술에 취해 이야기 하자거나 만나자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말 욕설을 서슴지않는 고객들도 많아 친절한 안내를 하려면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제 인격수양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이성희(서울 송파구 문정동)
친구들로부터 전화안내가 친절해졌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장애인으로서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전화안내원들의 친절노력에 누가 되지않도록 더 친절한 자세로 일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고 격려해 주는 분들이 늘어나면 더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성 희(서울 송파구 문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