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교황의 미국비판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22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해서 화제다. 26일 미국에 도착한 교황은 세인트루이스 공항으로 마중나온 클린턴에게 “미국은 마음을 활짝 열어 불행한 나라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행의 경우는 다양하겠지만 우선 궁핍한 나라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라는 뜻이다. 때마침 통상압력법인 슈퍼 301조를 부활시킨 미국에 직격탄이 된 것 같다.

▽교황은 또 나라간 갈등을 군사행동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했다.최근의 이라크 공습을 지적하는 발언이다. 무력 응징은 갈등의 해소방법이 될 수없으며 거꾸로 적대감만 더 깊게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같은맥락으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와 고립화 정책을 교황은 반대했다.미국의 테러국가리스트에 쿠바와 동일한 지위로 묶여있는 북한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쿠바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톨릭 신자가 많다. 교황이 관심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북한에는 장충동이라는 이름의 성당이 하나 있다. 북한의 전체 신앙인은 3만5천여명으로알려졌지만 가톨릭 신자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북한에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허용된다면 개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교황은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교황은 미국에 가기 전 멕시코에서 ‘권고문’을 발표했다. 24쪽의 권고문에서 그는 사제들에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 경제계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가 이익과 시장 경쟁만을 내세워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세계화가 약소국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민이 교황의 경고에 귀기울였으면 한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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