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문예행사 官개입]임진택/지원은 하되 간섭은…

입력 1999-01-28 18:41수정 2009-09-24 12:4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 차례의 세계마당극큰잔치 행사가 예상밖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민관 협조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큰 탈없이 진행되던 이 행사는 과천시가 돌연 대회를 주관하겠다고 나섬으로써 차질을 빚고 있다. 과천시는 세계마당극큰잔치가 시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에서 행사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민간 집행위원회에 전권이 위임됐던 지난해에도 예산규모 항목배정 결산 감사까지 집행위원장이 시청 문화공보실 등을 통해 조직위원장인 시장의 결재를 받아 업무를 처리했다.

이처럼 조직체계가 분리되어 있을 때에도 관리 감독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집행위원회 외에 공무원들로 구성된 별도의 행사지원본부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공무원이 행사를 직접 관장하게 되면 민간 예술인 기구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또 관이 예술행사에 자꾸 개입하게 되면 결국 예술축제의 순수성과 창의성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행사의 질을 떨어뜨려 세계적 행사를 동네잔치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과천시의 관주도 발상은 사실은 퇴출공무원의 자리보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이 있고 문화행사를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시가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며 공무원 구조조정 등 정부의 개혁정책과도 역행하는 것이다.

세계마당극큰잔치가 과천시의 재정지원을 받는 과천시민축제라고 하더라도 이 행사에서 연극인 고유사업이라는 성격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과천시는 개최지로서 주최권만 갖고 주관의 권한은 연극인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에 위임해야 한다. 연극인들이 과천시의 파행적 계획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다른 문화예술축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민관 협조체계의 본보기를 세우고 싶기 때문이다.

임진택(과천 세계마당극큰잔치 전 집행위원장)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