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정보원 출범

  • 입력 1999년 1월 22일 19시 16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정치공작으로 얼룩졌던 과거의 오명을 씻고 명실상부한 국가 최고정보기관으로 자리잡기 바란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국정원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과 자기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안기부가 보인 자정(自淨)과 개혁 노력은 눈에 띌 만했다. 정보활동의 중점을 대공 외사 산업경제 쪽에 두면서 민간이나 기업에도 정보 서비스를 확대해 국가정보의 활용도를 높이려 한 노력은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정보기관이 국내 보안과 내부정보에만 몰두하다 보면 자연히 권력에 탐닉하고 정치공작에 손대기 마련이다. 국정원은 앞으로도 부단히 국제화와 자유무역시대에 걸맞은 변신을 하면서 정보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행적을 보면 아직도 국민의 불신을 살 만한 구석이 적지 않다. 겉옷만 바꿔 입은 채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국회 529호실사건만 해도 그렇다. 대공업무와는 관련없는 국회의원들의 동태를 조사하고 보고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일상적 정보수집 차원이라는 국정원측 설명을 곧이 곧대로 수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아직도 ‘정치사찰의 손’을 깨끗이 씻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더하게 하고 있다. 안기부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낸 ‘국회 529호실 문서배포 및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는 국정원측 주장이 사실과 유리되어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법당국의 결정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국정원은 냉철히 분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안기부는 최근까지도 종종 인권유린 시비에 휘말려 왔다. 여야간 정치공방의 와중에 불거져 나온 특정인사들에 대한 고문주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탈북자들의 인권유린 주장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정원이 고문과 인권탄압의 밀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루가 급하다. 그같은 불명예를 안고서는 절대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정보 수집의 모든 잣대는 어떤 한 정권의 안보가 아니라 총체적 국가안보에 맞춰져야 한다. 정보기관을 이용한 정권이나 거기에 기생한 정보기관의 해악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정권의 첨병역할을 하며 인권탄압과 정치공작을 다반사로 했던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과거를 국정원은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중립은 그래서 더욱 명심해야 할 행동의 좌표다. 국정원이 과거처럼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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