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성희/韓­美 변호사의 차이

입력 1999-01-15 19:31수정 2009-09-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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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너무 만원이고 천국은 텅 비어있었다. 때문에 지옥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천국쪽으로 밀려나가 천국의 문을 부술 수밖에 없었다. 천국의 문을 지키는 베드로는 지옥 사람들이 문을 자꾸 부수자 화가 나서 말했다. ‘정 이러면 재판을 할 수밖에 없어.’

그러자 지옥측에서 대꾸했다. ‘재판? 정말 좋지. 일급 변호사라면 다 우리한테 있어.’”

미국 사회에 나도는 변호사에 대한 풍자이야기다. 미국에선 변호사가 많기도 하거니와 그렇게 존경받지도 못한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데블스 애드버킷’이란 영화에서는 변호사를 악마로 묘사하고 있다. 악마로 분한 알 파치노는 ‘왜 하필 변호사냐’는 신참 변호사 키아누 리브스의 질문에 “변호사만큼 악마짓을 하기 좋은 일은 없다”고 대답한다. ‘데블스 애드버킷’은 ‘고의로 반대하는 사람’이란 뜻이지만 미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로펌의 이름이다.

미국 변호사 사회도 경쟁의 치열함은 상상을 넘는다고 한다. 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경찰보다 먼저 변호사가 현장에 오더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신고전화를 도청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는것.

신참 변호사들은 병원 영안실이나 응급실에서 상주하다시피하며 사건을 ‘따내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것. 미국 변호사업계의 이같은 치열한 경쟁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법률서비스가 소수에 의해 독점되면서 비리가 생기는 우리나라의 양상과는 다른 점이다.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야비한 짓도 서슴지 않는 미국의 변호사라지만 법리공방을 벌여야하는 변호사와 판검사가 소개비를 주고받는 상황은 상상도 못한다는게 미법조계를 잘아는그변호사의 이야기다.

정성희<국제부>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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