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조개혁 시급하나?

동아일보 입력 1999-01-14 18:45수정 2009-09-24 14:0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전 법조비리사건의 핵심고리인 전관(前官)변호사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됐다. 이제 그에게 사건을 소개해준 전현직 판검사들의 비리와 형사처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그러나 수사가 계속되면서 법원 검찰에서 불거져 나오는 불만의 소리가 한심하다. 자성(自省)보다는 ‘여론재판’을 탓하는 분위기라는 보도다. 의정부사건때는 ‘친밀한 변호사에게 몇천만원 빌린 게 뭐 잘못이냐’는 반응이 실망을 주기도 했었다. 법조관행을 보는 일부 판검사들의 자세가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이다.

변호사와 판검사의 친소관계가 사건처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이 현실이다. 변호사가 평상시 판검사를 가까이하려는 주된 이유도 유사시 도움을 받자는 속셈일 것이다. 관행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도덕성의 마비를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전의 한 변호사는 동료 변호사들에게 자성의 편지를 보내 ‘개업 1년만에 10억∼30억원을 못벌면 자존심이 상한다’는 변호사들의 비뚤어진 의식을 비판했다. ‘법률상인’으로 전락한 모습이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변호사들의 대형탈세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들의 소득세 부과기준이 중견 봉급생활자 정도에 그친다면 소도 웃을 일이다. 법조비리가 의정부나 대전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어진 역할과 사명에 비추어 가장 깨어 있어야 할 분야중 하나가 법조계다. 그러나 일부 그릇된 의식 때문에 법조개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나오는 것은 비극이다. 오죽하면 시민단체가 ‘법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겠는가.

법조인들의 의식이 국민의 기대에 못미친다면 제도개혁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 시절에도 어렵사리 사법개혁 청사진이 마련된 바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연차적 대폭증원은 일단 법조계의 양보로 시행에 들어갔으나 올해는 동결되고 말았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기르기 위해 제시된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로 스쿨)의 설립은 법조계의 반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로 스쿨은 법학교육의 정상화와 법조인 증원, 전문변호사 양성에 기여하리라는 점에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만한 제도다.

법조개혁이 논의될 때마다 기득권을 가진 법조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유감이다. 법조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사법제도 전반에 관한 총체적 점검이 시급하다. 그 결과에 따라 전관예우 문제를 포함해 법과대학 교육, 법조인양성 및 임용제도, 재판제도 등 골간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