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참여연대 차미경사무국장 「24시」

  • 입력 1999년 1월 10일 20시 10분


“띠리릭.”

오전 7시. 자명종 소리에 겨우 눈을 뜬다. 밤새 꿈을 꿨는데 무슨 꿈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 사이에 휴식이 없으면 꿈을 많이 꾼다’는 의사의 말을 떠올리다가 전날 받은 전화내용에 생각이 미친다.

“아참, 한국에 온 우에하라신부님을 모시고 사무실에 가기로 했지.”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차미경(車美敬·35)사무국장. 서울 송파구 방이동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8시.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사무실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차씨의 요즘 최대 관심은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와 부당노동행위를 해결하는 데 쏠려 있다.

“다국적 기업의 문제는 특정한 나라에서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어요. 국제연대라는 것도 결국 사람간의 연대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인권운동가가 왔을 때 도와주는 것도 그것이고요.”

국제인권센터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에 대한 감시활동이 주요임무지만 참여연대의 ‘해외창구’이기도 하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울리는 전화벨. “How are you? Welcome to Korea….”

컴퓨터 앞에 앉아 E메일부터 검색한다. 국제회의에 관한 긴급서신이 많아 수시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먼저 와 있던 30대 남자에게 시민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던 차씨는 ‘영남위원회사건’ 대책회의에 참석하러 하나 둘씩 들어오는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인사.

상명대 행정학과 83학번인 차씨는 이른바 모래시계 세대. 대학을다니면서학생운동을했고 졸업 후 노동운동을 하다가 홍콩에 있는 노동문제연구단체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 아직 미혼.

“시민운동은 시민이 하는 것이지 시민단체 상근자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운동, NGO운동은 여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차씨의 지론. 많은 시민이 시간을 쪼개 지역조직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권력지향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대책회의는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다. 사무실에는 싱가포르 국영TV 스태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회원과 각 단체 관계자들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시민이 걸어오는 전화벨이 쉴새 없이 울린다. 해외진출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대해호소하러온노동자를 상대하는것도차씨의몫.

오후 4시 올해 사업계획을 짜는 실행위원회 회의. 3년간 현지에서 벌인 해외진출 기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알리는 방법이 문제로 떠올랐다.

오후 7시반.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국제단체에서 온 서한에 답장하고 기업에 보낼 질의서를 작성하는 시간.

저녁회의가 길어져 귀가시간이 자정을 넘기기 일쑤. 하루 8시간 노동은 꿈인가 싶다. 박봉보다 늘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안타깝다. 지하철 전동차에 오르며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가사를 생각한다. ‘오늘 하루 나의 삶은 얼마나 진지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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