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話 문민정부 95/시리즈 결산]정관가-재계관계자 반응

  • 입력 1998년 12월 28일 19시 46분


《문민정부에 참여했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인사들은 문민정부의 공과(功過)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독자들의 문민비화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것일까. 그들의 생각과 평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1월1일부터 본보에 연재해온 시리즈를 결산한다. 시리즈는 원고량만도 2백자 원고지 약 2천5백장(50만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참담하게 끝난 문민정부에 대한 진정한 참회의 고백을 듣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민정부의 공과가 새로운 권력에 교훈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시리즈에 성원을 보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한승주(韓昇洲)전 외무부장관〓문민정부 초기 외교분야를 직접 담당했던 당사자로 문민비화를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언론이 과거사도 정밀하게 추적하는 것을 보고 정책담당자들은 재직 당시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는 인식을 버리고 책임감과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핵문제 해결과정 등 딱딱한 이슈와 관련된 숨은 얘기를 솜씨있게 처리해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문민비화가 지나치게 뒷얘기 캐기에 치중해 정부업무와 정치를 흥미 위주로 바라보게 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도 있다.

▼김윤도(金允燾)변호사〓문민비화시리즈를 읽으며 동아일보의 ‘권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한 사람의 얘기만 듣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정확하게 썼다고 생각한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많이 나눈 나로서도 모르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 이전에 ‘개혁프로젝트팀’이 구성돼 여러가지 청사진을 준비하고 인사작업까지 했다는 내용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전대통령이 단둘이서 한 얘기들이 많이 공개돼 서운해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가지 김전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그점은 역사가 평가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전병민(田炳旼)전청와대 정책수석내정자〓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김전대통령 주변 인사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았다. ‘결국은 변명이 아니냐’는 비난도 많았다. 하지만 김전대통령이 개혁청사진도 없이 취임했다는 세간의 오해는 바로잡고 싶었다. 그리고 김전대통령이 준비한 개혁청사진이 어떤 굴절을 겪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역사의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민비화는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출발’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주요취재원들이아직도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탓이었겠지만 익명의 취재원이 많이 등장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정성진(鄭城鎭)전 대검중수부장〓문민정부는 ‘성역(聖域)없는 사정(司正)’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고 그러한 사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문민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전직 대통령들을 구속하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측근 인사들도 구속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인기와 여론을 너무 의식해 일관된 방향이나 철학이 없이 쫓기듯 사정을 진행, 구조적 장기적 개혁에 이르지 못하고 일과성 사정에 그친 느낌이 있다. 더욱이 김전대통령 본인의 한정된 식견과 사정철학의 빈곤, 92년 대선자금과 관련한 원죄(原罪) 등이 겹쳤으며 부분적으로 형평성을 상실함으로써 공은 묻혔고 과만 드러났다. 사정은 일관된 방향과 철학의 기조 위에서 제도개혁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시리즈는 실감나게 보여줬다.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한보비리와 김현철(金賢哲)씨 관련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는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도 ‘마피아’라는 소리까지 듣는 등 극도의 불신을 받고 있었다.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던 것은 원칙과 국민의 지지라는 두가지 요소였다. 내부의 방해와 외부의 압력이 있었지만 여론과 국민의 지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처단하고 대선자금의 실마리까지 드러냈다. 문민정부 마지막 대형사건이라 할 수 있는 한보 및 김현철씨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간명하다. 진실의 바탕 위에서만 새로운 역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실을 제대로 밝혔기 때문에 검찰과 정권이 위기에서 벗어나고 정권교체의 기반도 마련됐다는 교훈이 퇴색해서는 안된다.

▼함승희(咸承熙)전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문민정부를 되돌아보면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민정부는 출범초기 ‘성역없는 사정’을 내세웠다. 그러나 문민정부는 자신에게로 수사의 칼끝이 향해지자 역대 정권들처럼 돌변했다. 사정의 실패는 정권의 실패로 이어지고 만다. 사정에는 성역이 있을지 몰라도 역사에는 성역이 없다. 지금 우리는 문민정부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잘 새기고 실천하고 있는지 염려스럽다.

▼진영욱(陳永郁)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한보 및 기아자동차 부도 이후 외환위기에 이르기까지 배경과 뒷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다만 외환위기 부분에서 최근의 사건만 너무 조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환란과 관련해 한보 및 기아자동차부분에서도 지적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문민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보다 심도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전 한보그룹 관계자〓한보 및 기아사건은 순수한 경제사건이 아니라 정경유착이 빚어낸 정치적 경제사건이었다. 이는 아직까지 우리의 경제현실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난마처럼 얽혀 있는 한보사건에 대한 지금까지의 언론보도중 사건의 실체에 가장 근접해 실상과 주변을 솜씨있게 가닥을 잡아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보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제대로 조망한 첫 보도였다고 평가한다. 정치권과 관련된 부분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많은 만큼 숙제로 남겨졌다고 본다.

▼박영세(朴英世)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이사〓삼성자동차사건 등 삼성그룹이 겪었던 몇가지 사안에 대해 시리즈가 진실을 밝혀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정리는 강자편에서 결과중심으로 기록되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며 이번 시리즈에서도 전임정부의 실책에 대한 해명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는 인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승우(崔昇佑·예비역소장)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시리즈는 정치지도자가 군을 잘못 관리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 하는 교훈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시리즈가 군 내부의 갈등과 정치적 외풍을 너무 부각시켜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 군의 과거 잘못만으로 현재의 군을 재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민비화시리즈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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