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석민/과학기술계 「기대와 실망」

  • 입력 1998년 12월 22일 19시 40분


얼마전 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선 두 가지 눈에 띄는 건의사항이 나왔다.

“대덕 연구단지를 한번이라도 방문해달라”는 것과 “과학기술 유공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청와대쪽에선 감감 무소식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과학기술계는 올초 ‘과학기술대통령’이 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말에 한껏 부풀었다.

취임 직전인 2월초 김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립 3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15년만에 처음 이뤄진 통치자의 방문으로 KIST를 비롯한 과학기술계는 흥분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80년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이 재기에 성공한 것은 과학기술의 토대가 튼튼했기 때문”이라는 축사를 했고 참석자들은 크게 고무됐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해갔다. 김대통령은 그후 과학기술자들과 그 흔한 식사 한끼 하지 않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과학기술계도 올해 유난히 힘든 한해를 보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기업체마다 삭감 대상 ‘영(0)순위’였고 국책 연구소의 인력 감축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가운을 벗었다. 대학과 연구소에선 프로젝트의 숫자와 규모가 줄어 연구 열기가 급속도로 식었다.

모르긴 해도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대통령의 격려 한마디로도 사기가 오를 수 있다. 새해에는 가끔이라도 연구 현장에 들러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격려하는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홍석민<정보산업부>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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