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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2월 17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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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네가 부탁 한가지 하자며 얘기를 꺼냈지. ‘이크. 이건 무슨 말인가’하고 솔직히 겁이 덜컥 났었다. 마음 속으로 제발 금전 관계만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아니나 다를까. 너는 급하게 어음을 막아야 하는데 돈이 좀 부족하니 며칠만 빌려달라고 했다. 나는 수중에 돈도 없고 금방 결정할 일도 아니라며 내일 다시 통화하자고 하고 어렵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이 울적했다. 아내에게 슬그머니 얘기를 꺼냈지만 아내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다음날 아침. 너는 출근하기가 무섭게 전화를 했지만 나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야속했을까. 어음을 막지 못해 어디 피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곳에서라도 융통을 했으면 좋으련만. 너무 소중한 친구라 이렇게 편지라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다. 각박한 세상, 언젠가 웃으며 만날 날이 있겠지. 미안하다. 오늘은 포장마차에서 소주라도 한잔 하고 들어가야겠다.
이해정(서울 노원구 월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