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12일]맑은 주말…그리운 겨울바다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8시 39분


저 멀리, 소나무 숲을 가르며 들려오는 애처로운 먼데 산꿩의 목쉰 울음소리. 해는 뉘엿뉘엿 앞산으로 기울고, 키 작은 상수리나무 숲에 내려앉은 박새들 뱁새들 집으로 돌아갈 때에, 시인은 ‘산중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혼자 먹는 저문 날의 밥은 눈물난다….’

모악산 기슭에 스미듯 홀로 사는 ‘가물치 시인’, 박남준. 문득 그가 궁금하다. 이 ‘치운’ 날씨에 어찌 지내는가. 쓰러진 나무등걸 긁어모아 군불을 지피며, 산중나무 한 그루 태어나 숨 거두기까지 그 먼 생(生)을 헤아리고 있을까. 불꽃 속에 ‘타오르며 전해오는 푸른 나무의 옛날’을 더듬으며, 울먹울먹 피어나는 외로움에 눈시울을 적시고 있을까….

대체로 맑음. 아침 영하6도∼영상5도, 낮 5∼12도. 내일은 점차 흐려진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