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홍순영/北核의혹 과민대응 자제할때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10분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미국 북한간의 제네바 기본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 의지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를 핵개발의 일환이라고 간주하면서 더 이상의 북한과의 대화나 교류를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단절 봉쇄 제재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들은 우리가 경수로 협정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기는커녕 로켓발사나 잠수정침투 등으로 끊임없이 도발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을 맺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한 것과 마찬가지로 해개발 의혹시설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핵무기 개발은 핵비확산이라는 세계질서에 대한 도전이요,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조류에 대한 도전이다. 그러므로 이같은 핵개발의혹은 철저하고 엄중하게 대응해야 하고 또 그 규명과 억제를 위해 엄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전제압 억제 등을 거론하는 것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엄숙한 선택의 문제를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된다.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과대대응해선 안된다. 과대대응할 경우 불필요한 전쟁의 원인이 된다. 한편 과소대응할 경우에는 장래에 더 큰 불행을 초래하는 유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사실에 기초하고 실상에 입각하여 엄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 사실 근거해 접근해야 ▼

94년 미―북한간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 영변의 핵시설은 현재 동결상태다. 그러나 만일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에 강경대응해 대북한 중유공급과 경수로사업을 중단한다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동결을 해제하고 사용 후 연료봉을 곧바로 재처리해 수개월 내에 플루토늄을 추출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 우리에게는 급박한 위기국면이 닥쳐올 것이다. 제네바 합의의 원만한 이행은 그래서 중요하다.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을 해결하는 순서는 먼저 확실한 현장접근을 통해 실체를 규명하고 만일 핵관련 시설로 드러나면 그 폐쇄를 요구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끝까지 현장접근을 거부한다면 한미 양국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이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구하는 단계적 순서를 밟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순서를 밟지않고 현장접근 문제만을 갖고 현단계에서 제네바합의를 바로 파기하자고 하는 주장은 한편에 치우친 성급한 대응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감정적인 과민대응은 오히려 북한의 입지만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 무엇보다 북한의 지하시설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체의 큰 그림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하시설이 핵관련 시설로 판명되더라도 4∼6년의 공사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북한은 지금 경제난과 식량난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돼 가고 있다는 큰 그림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교조주의 체제로 인해 과거의 우방들로부터도 경원의 대상이 돼가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동북아시아의 이방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단단한 억지력을 기본으로 하면서 북한에 공존과 경제개발을 약속하는 포용정책을 계속하는 것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유일하고도 실용적인 정책노선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 이 점은 우리 주변 4강을 비롯하여 모든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동조하고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에는 세가지 전선이 있다. 하나는 북한사회를 향한 것이고 둘째는 국제사회를 향한 것이며 셋째는 우리 내부를 향한 것이다. 이 세가지 전선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대내전선이다.

▼ 초당적 외교노력 절실 ▼

지금 우리 대북정책은 진보 보수 양 진영간 열띤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또한 여야간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한나라의 대외정책은 초당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넓은 폭의 ‘중도적 공감대’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어떤 외교정책을 놓고 국론이 양극화하면 그 외교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대북한 포용정책은 현상유지를 해 나가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교유하고 협력하자는 정책이다. 포용정책은 성격상 장기적인 결과를 지향하는 정책이다. 인내와 일관성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 하나 하나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초당적 외교가 절실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한나라의 안전보장문제를 엄중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순영(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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