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찔한 미사일 오발

  • 입력 1998년 12월 5일 08시 48분


어제 인천에서 발생한 미사일 오발 사고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엄청난 피해와 함께 남북관계에도 큰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일이다. 미사일 오발이 있었던 그 시간 인천 상공에는 4대의 민간항공기가 운항중이었다고 한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더구나 문제의 미사일이 서남 방향으로 날아가다 원격통제장치에 의해 폭발되었기에 망정이지 북한 지역으로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어제 피해도 적지 않은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 원인은 발사장치 회로의 이상(異常)때문이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일상적인 대비태세 통합훈련 중 최종 발사명령 이전 단계인 발사준비 완료스위치를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방공포대 통제소에 발사를 알리는 등이 켜져 일어났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대량파괴 무기인 미사일의 오발은 우리 국방력의 심각한 허점을 노출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과 첨예한 무력대치를 하고 있는 우리 군에 그처럼 허술한 구멍이 있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에 오발된 나이키 미사일은 58년 미국이 첫 실전 배치한 것으로 이미 40년이 지난 노후 미사일이다. 따라서 그 성능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미국은 이미 10여년 전에 이 미사일을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대체했고 우리군도 대체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라고 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나이키 미사일의 교체문제가 심각히 거론됐다. 그처럼 노후한 장비라면 더욱 철저한 관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오작동이나 실수 가능성이 다른 무기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방공포대 근무자들은 장교건 사병이건 특별한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 철저한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빈틈없는 관리태세를 확립하고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군 기강 해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지휘관 회의에서도 군 기강문제가 주요의제로 논의됐다. 군 기강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도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그리고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

이날 인천 일부지역에서는 원격통제장치로 자동 폭파된 미사일 파편이 우박처럼 쏟아졌다고 한다. 중경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시민들이 얼마나 당황하고 놀랐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더이상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안된다. 군은 창군 이래 처음인 이번 미사일 오발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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