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전략문제논평]터키-이 제휴가속 아랍권 긴장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만만찮은 터키’를 요약, 소개한다.》

시리아는 10월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터키의 군사압력에 못이겨 쿠르드노동당(PKK)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로 결심했다.

PKK는 러시아와 시리아로부터 은밀한 지원을 받아 84년부터 터키정부에 대항해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시리아에 대한 터키의 강경한 태도는 터키의 외교노선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터키는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는 한이 있어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군사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터키는 돈독해진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힘입어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다시 말해 터키와 이스라엘의 제휴관계는 터키와 다른 아랍국가와의 관계 악화를 불러왔다는 뜻이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96년 2월 군사훈련 및 협조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이 협정을 터키를 서방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로 보고 환영했다. 그러나 아랍국들은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군사제휴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며 비난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4개의 ‘공통의 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휴가 가능했다. 4개의 적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이슬람 급진주의다.

뿐만 아니라 양국은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제휴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제휴관계를 맺음으로써 이스라엘은 터키의 광활한 영공에서 군사훈련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1백명 이상의 이스라엘 공군기 조종사들이 터키상공에서 군사훈련을 했다. 터키도 공군 조종사를 이스라엘에 파견, 첨단 훈련 기술을 이용토록 했다.

터키는 이스라엘의 첨단 무기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터키의 주요 무기공급원인 미국과의 사이가 틀어질 경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스라엘은 군사위성으로 찍은 시리아의 군사력에 관한 정보를 터키에 제공하기도 한다.

양국의 경제적 유대도 급진전했다. 양국은 96년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으며 연간 교역량이 96년 4억2천만달러에서 97년 6억2천만달러로 늘었다. 98년에는 8억달러를 넘어서고 2000년에는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에는 2만5천명의 터키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는 전략적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리스 및 키프로스와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키프로스 문제에 관해서는 터키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터키도 97년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의 집권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가장 큰 적인 이란과 뚜렷한 관계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가 앞으로도 PKK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끊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군사위협이 거듭될 경우 사소한 사건도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유럽연합(EU)가입이 거부돼 자존심이 상해 있는 터키의 민족주의에 불이 붙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터키가 4명의 적중 누군가와 갈등에 말려든다면 이스라엘과의 제휴는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강수진 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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