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권재현/대학생에게 술판 罪?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만 20세에서 단지 2개월이 부족한 대학 2학년생에게 선배와 막걸리 한잔을 나누도록 한 것이 과연 미성년자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입니까.”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앞 민속주점 ‘아름나라’의 주인 오상환(吳相煥·38)씨는 최근 행정법원에 행정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90년에 문을 연 아름나라는 그동안 손님과 공연자가 하나가 돼 풍물 판소리 시낭송 포크송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신촌의 문화마당으로 꼽히는 곳.

그의 소장에는 소송을 돕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던 연세대 서강대 등 서울 신촌지역 5개대 1천3백명 학생들의 서명도 빼곡이 담겨있다. 변호사는 따로 없이 연세대 법대생들이 오씨의 소장작성을 도왔다.

소송 내용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고 구청에 납부한 과징금 5백40만원을 돌려받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5월 선배와 막걸리를 나눠마시던 연세대 어문학부 2학년 전모씨가 경찰의 미성년자 단속에 적발되면서부터다. 전씨의 당시 나이는 만 19세 10개월.

검찰은 기소유예처분을 내렸지만 서대문구청에서는 지난해 5월에 이어 1년 사이에 두차례나 적발됐다는 이유로 이같은 중과징금을 물렸던 것. 지난해 5월에도 대학생들이 어울리던 자리에 만 20세가 안된 대학 2학년생이 두명 있었다는 이유로 적발됐다.

오씨로서는 경제적 타격도 컷지만 대학가 문화공간으로 자부해온 곳이 퇴폐업소로 낙인찍히게 된 것을 견딜 수 없었다.

“8년간 경찰에 뇌물상납 한번 안하고 양심적으로 운영해온 대학가 주점이 대학생에게 막걸리 한사발 팔았다고 쫓겨날 수는 없잖습니까.” 오씨의 하소연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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