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취하도록 아름다운」 남해 금산 해돋이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22분


오전 7시. 금산(錦山)정상에서 바라본 하늘은 여명에 물들어 파르스름한 빛이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혹은 한 손으로 이마 위를 가린 채 멀리 동쪽 수평선을 바라보는 수십명의 사람들.모두들 입을 굳게 닫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올라온다!”

누군가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잿빛 미조 앞바다 수평선이 붉은 빛깔로 물들기 시작한다.

바다 끝에서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태양은 밤의 흔적인 어둠을 조금씩 조금씩 내쫓으며 5분만에 그 눈부신 자태를 완전히 떠올렸다.

“해는 떠오르는 동안만큼은 장난꾸러기지요. 한시도 얌전히 있지 못하고 계속 몸을 좌우로 흔드니까요.”

보리암 암자 한 스님의 설명대로 태양은 떠오르는 동안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듯 했다.

경남 남해군 상주면 금산(해발 681m).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금강산을 빼 닮았다고 해 소금강 혹은 남해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제일 높은 망대봉이나 금산 정상 부근의 암자 보리암에서 바라보는 일출광경은 해와 바다 그리고 기암괴석으로 둘러쌓인 금산이 빚는 최고의 조화다.

금산의 일출을 ‘사람을 취하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표현한 불교사진연합회 회장 김근중(金根中·44)씨. 그는 “마음을 정돈하고 일출을 기다립니다.세상의 힘든 일을 다 잊어버리고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거지요. 그리고나서 떠오르는 해를 보세요. 그 모습에 취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고 말한다.

오전 7시 20분. 해가 떠오른지 10여분이 지났건만 일출에 ‘취한’ 관광객들은 동쪽바다를 응시하며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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