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재/손발 안맞는 「포철 매각안」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정부 부처간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 같은 사안에 대해 이 부처는 이렇게 얘기하는데 저 부처는 저렇게 말을 한다면 정부의 정책은 공신력을 잃고 혼선만 준다.

이번 주초 공정거래위원회가 불쑥 제기한 포항제철 분리매각론과 관련된 사태 전개가 꼭 그런 경우였다.

공정위는 22일 철강업종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포철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로 나눠 매각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거대 공기업인 포철의 민영화 일정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파장이 클 것은 당연하다. 이미 일괄매각 계획을 거듭 천명한 정부의 방침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그후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기획예산위는 “결론이 다 난 얘기를 공정위가 왜 다시 끄집어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산업자원부도 “공정위가 뚱딴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못마땅해 하기는 마찬가지.

파문이 확대되자 공정위는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슬그머니 발을 빼는 자세다.

공정위가 애초에 못할 말을 한 건 아니다. 경쟁정책을 입안하는 당국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다른 부처와 제대로 된 논의를 한번이라도 거쳤느냐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공정위는 ‘경쟁력과 독점’의 측면에서도 스스로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5대 그룹의 7개 업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외자 유치’라는 애매한 조건을 전제로 독점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공정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쟁체제를 위해 독점은 안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어느 쪽이 진짜 공정위의 모습인가.

이명재<정보산업부>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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