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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0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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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고춧가루를 버무린 양념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 중남부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고추가 보급되기 이전 김치는 무 오이 등의 채소를 소금에 담그는 장아찌류였다.
35년간 오직 김치하나만으로 승부를 걸어온 서울 중구 충무로 3가 ‘진고개(珍古介)’의 ‘무기’는 개성식 보쌈김치.
진고개에서는 2, 3일에 한번씩 보쌈김치 3백∼3백50포기를 담근다. 63년 ‘진고개’의 문을 연 이래 주인 정상철(鄭相喆·69)씨는 매일 아침 그날 나갈 보쌈김치를 무작위로 골라 맛을 본다. 맛이 떨어지면 그 김치와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은 종업원들의 몫.
변치 않은 ‘손맛’도 또 다른 비법. 25년간 이 집 주방을 지켜온 이분임씨(60·여)가 그 ‘손’의 주인. 이씨는 “손님의 수요를 고려해 담그는 양을 조절하고 그에 따라 가장 맛있게 익는 시기(여름에는 하루, 겨울에는 사흘)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바깥 배춧잎을 ‘살며시’ 들추면 각종 양념에 무친 배추 밤 인삼 대추 잣 동태전 오이 청각(해초류) 등이 미각을 자극한다. 밥 없이 보쌈김치만 즐겨도 될만큼 달콤한 맛이 특징.
불고기(1인분 8천원) 갈비(1인분 1만1천원) 곱창전골(1인분 9천원) 등 정찬에는 보쌈김치가 기본으로 딸려 나간다. 육계장 비빔밥 갈비탕 등을 시키면 보쌈김치 3∼4인분에 3천원을 내야 한다.
서울 중구 다동 ‘남포면옥’은 동치미 독으로 유명하다.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32개의 동치미 독이 눈에 들어온다. 각 독에는 담근 날짜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다.
문을 연 61년 이래로 숙성기간을 철저히 지켜왔다. 급하게 익히기 위해 식초 등 발효제를 결코 넣지 않는다. 기온이 높은 7, 8월에는 3∼4일, 날씨가 추워지면 20여일의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냉면 만두 등 모든 음식에 동치미가 딸려 나온다. 특히 양지머리고기와 소 젖가슴살이 어복쟁반에 담겨 나오는 ‘쟁반’(3만6천원)과 함께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즐기면 제맛이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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