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 타임스]이라크「조건없는 사찰」수용을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9시 02분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의 말에 따르면 외교는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추는 춤과 같지만 춤에는 항상 시작과 끝이 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춤을 춰왔다.

이라크내 유엔특별위원회(UNSCOM)요원들의 철수, 미국의 중동지역내 병력증강,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강경한 표현 등은 모두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올 2월에도 이라크는 대통령궁에 대한 사찰을 거부했으나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중재로 가까스로 미국과 영국의 공습을 피할 수 있었다. 이라크는 이때부터 국제사회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확신을 품게 된 것으로 보인다.

8월5일 이라크가 새로운 지역에 대한 무기사찰 거부를 선언했을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취한 조치는 겨우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연장하는 것뿐이었다. 이에 힘입은 이라크는 지난달 31일 사찰단의 모든 활동에 대한 협력을 중단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유엔이 이번에도 이라크를 처벌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유엔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현 상황은 이라크가 국제사회에 “무기사찰을 연장하는 대가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과 공습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이는 이라크의 오판이다. 만약 공격이 시작된다면 ‘맛보기’차원의 공습으로 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라크는 조건없는 무기사찰을 수용해야 한다. 그것만이 전쟁의 혼란을 피하고 후세인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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