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崔교수 사상공방]野-자민련 협공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8시 49분


13일 국회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상한 풍경이 빚어졌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그리고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6·25전쟁 논문과 관련해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인 최장집(崔章集)교수를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끈끈한 공조’가 이뤄진 반면 국민회의만이 최교수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관심의 초점은 얼마전 최교수를 ‘분홍색 사람’으로 꼬집었던 김총리의 답변. 그는 역시 소신을 꺾지 않았다.

김총리는 “재판부가 ‘역사적 결단’부분에 대해 ‘문맥상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훌륭한 결단이 아닌 역사적 선택 정도의 가치중립적 언어’라고 규정했지만 역사적이라는 말에는 긍정적 요소가 들어 있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이어 “국립묘지에는 나라를 위해 싸운 수십만 영령이 잠들고 있다”며 “전우들이 이런 소리를 소화해낼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 이윤성(李允盛) 이국헌(李國憲)의원 등은 “총리는 분홍색 사람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면서 최교수의 해임 건의를 촉구했다.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의원도 “6·25남침을 김일성(金日成)의 역사적 결단으로 보고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결코 납득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 중 재야출신인 이부영(李富榮) 이재오(李在五)의원은 침묵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파상공세에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의원은 “최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틀을 뛰어넘는 관점을 갖고 객관적으로 한국현대사를 조명하려 한 학계의 신망을 받고 있는 한국 정치학계의 대표적 학자”라고 외롭게 옹호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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