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육군 「구타사망」 은폐의혹…가족항의 재수사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28분


단순사고사나 자살로 발표한 사병들의 죽음이 고참병사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축소 조작의혹이 제기됐다.

육군 부대는 7월20일 독신자 숙소 관리병인 박모일병(20)이 지하 보일러실에 고인 물을 퍼내려고 고장난 배수펌프 단자함을 조작하다 감전돼 숨졌다고 발표했다.

육군은 이 사실을 박일병 가족에게 전화로 통보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박일병의 어머니가 사고경위를 듣고 시체상태를 본 뒤 ‘아들이 군에 가서 죽은 것은 슬프지만 사인에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발표내용과 달리 박일병의 어머니는 사고경위에 의문을 갖고 PC통신을 통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재조사를 벌인 군당국은 박일병이 보일러실로 끌려가 김모상병에게 주먹으로 얻어맞다 전기배전반에 넘어지면서 감전돼 숨진 사실을 밝혀내고 김상병을 구속했다.

10월8일 육군 부대에서 발생한 안모일병(20)의 자살사건도 고참사병의 폭행 때문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사건 발생 당시 군당국은 “부친의 실직과 가출,근무지 변경 등으로 군복무에 염증을 느껴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일병의 부모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PC통신을 통해 진상조사를 촉구하자 해당 부대는 안일병이 자살 직전 박모상병에게 구타당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9일 군사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함석재(咸錫宰·자민련)의원은 이같은 사례를 공개하고 군당국의 축소조작의혹을 제기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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