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장애]지능 멀쩡-공부 엉망…초중생 4∼9% 증상

  • 입력 1998년 11월 3일 19시 18분


주부 한모씨(36·서울 이촌동).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머리는 좋으나 공부를 하지 않아’ 걱정이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값 계산은 잘 하는데 학교에서 산수 시험만 보면 ‘0점’.한씨는 꾸중만 계속 하다가 ‘혹시’하는 생각에 병원에 갔다.진단은 의외로 ‘학습장애’.

최근 교육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1%, 중학생의 0.5%가 읽기 듣기 셈하기 등이 최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학계에선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20% 정도가 어떤 식으로든 학습에 문제가 있고 4∼9%가 학습장애아라는 것.

▼ 학습장애란? ▼

지능이 정상이고 가정환경도 나무랄 데가 없지만 읽기 쓰기 듣기 셈하기 등 특정분야에서 잘 하지 못하는 경우. 학습장애는 △지능지수(IQ)가 70 이하인 ‘학습지진’이나 △기초학습이 부실하거나 가정문제 환경요인 등으로 공부를 못하는 ‘학습부진’과는 다르다.

▼ 유형과 원인 ▼

△‘부릅뜨고’를 ‘부드럽고’로, ‘바지’를 ‘봉지’ 등으로 잘못 쓰는 경우 △글을 읽을 때 한 줄 건너 뛰어 읽는 경우 △가로셈은 잘 하지만 세로셈을 전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한 유형. 우울증 열등감 의욕상실 등 심리적 이유 때문에 나타나는 학습부진과 달리 뇌나 신경 계통의 이상으로 눈이나 귀를 통해 들어간 정보가 뇌를 거쳐 나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 뇌 전두엽이나 숨골의 이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도 원인의 하나.

▼ 진단과 치료 ▼

병원에선 기초학습능력검사와 지능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 심리치료와 학습교육을 병행. 치료는 빠를수록 좋고 초등학교 2학년이 지나면 치료가 힘들다.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다닐 무렵 △낱말카드 놀이를 전혀 못하거나 △말이 너무 늦는 경우 △가족 중에 비슷한 환자가 있을 때는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 성인이 되면? ▼

미국의 경우 성인이 돼 무난히 생활할 수도 있고 학습이 덜 요구되는 막일을 할 수도 있다. 록펠러는 성인이 돼서도 글을 잘 읽지 못했다. 에디슨과 처칠, 영화배우 톰 크루즈도 어떤 면에서는 학습장애아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라면서 열등감과 소외감에 빠지고 따돌림이나 ‘이지메’를 당하거나 비뚤어진 성격 때문에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심리학습평가실 신민섭교수 02―760―2882,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소아정신과 전성일교수 02―950―1082)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학습장애 대표적 증세 ▼

①말한 내용 중 ‘…이 아닌것’ ‘…은 아니다’ 등을 빠뜨리고 듣는다.

②방금 전에 들은 것을 잊어버린다.

③방향을 이해하지 못한다.

④말할 때 단어를 빠뜨리거나 다른 단어를 넣고 순서를 바꾼다.

⑤단어를 전혀 틀리게 발음하고 못고친다.

⑥새로운 단어를 읽지 못한다.

⑦읽을 때 단어나 줄 문장을 빼먹는다.

⑧받아쓰기나 띄어쓰기를 못한다.

⑨문자나 숫자를 거꾸로 쓴다.

⑩계산 부호를 혼동한다.

⑪받아올림이나 받아내림으로 풀어야할 셈을 못한다.

※자료제공 서울대병원 심리학습평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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