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 23]사이버대학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2분


“A교수님은 전자게시판에 올려놓는 과제가 너무 많아. B교수님은 토론방에 참여하지 않으면 학점을 너무 짜게 줘.”

“C교수님에 비하면 그건 나은 편이야. ‘땡땡이’를 몇번 쳤다고 F를 주셨어. 매일 퀴즈를 내 출석체크를 하셨더라고.”

K군이 6개월만에 같은 학과 친구들을 만나는 날. 인터넷으로 수업을 받고 과제물도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다 보니 학교에 나가지 않은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나 버렸다. 친구들은 만나자 마자 사이버교수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가상대학(Ciber University)이 등장, K군의 경험이 누구에게나 현실이 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올들어 가상대학을 시범(실험)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단계. 그러나 2, 3년내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상대학은 수강신청부터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해 강의를 듣는다. 과제물은 파일로 작성한 뒤 전송하고 토론방에서 다른 학생들과 토론한다.

교수의 경우도 철저하게 온라인을 통해 작업한다. 과제물은 전자게시판에 올려놓고 전송돼 온 과제물에 의견을 첨부한 뒤 다시 학생에게 돌려보낸다. 매일 접속횟수를 조회하거나 수시로 퀴즈를 내 학생의 출석상황을 체크할 수도 있다.

가상대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학습자 위주의 교육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학생은 받아적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 질문하고 응답하는 쌍방향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의 확산에 따라 교육 수혜자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도 장점.

출범 8개월째를 맞은 국내 가상대학은 어느 정도 ‘사이버’의 면모를 갖췄을까.

현재 국내에는 △열린사이버대(고려대 성균관대 등 12개대학 컨소시엄) △서울사이버디자인대(홍익대 국민대 등 컨소시엄) △부울가상대(동아대 부산대 등 4개대학 컨소시엄) △서울대 △숙명여대 등 5개의 시범운영기관과 △한국대학가상연합(연세대 아주대 한국정보통신대 등 22개대학 컨소시엄)등 10개의 실험운영기관이 운영중. 개별 대학교로 치면 65개 대학이 가상대학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63%에 해당하는 41개대학이 올1학기에 사이버강좌를 개설했다. 이 기간동안 진행된 사이버강좌의 수는 2백56개. 수강생은 1만6천7백21명으로 집계됐다. 학부생이 전체의 96.1%로 가장 많고 사회교육원생(3.2%) 공개강좌 수강생(0.7%)의 순이다.

2학기가 끝나는 12월경이면 해당 65개교가 모두 5백36개의 사이버 강좌를 개설, 5만여명이 수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대학은 저마다 특징을 갖고 있다.

먼저 서울사이버디자인대. 올 4월에 문을 연 이 사이버대학은 디자인 전공학생과 관련업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컴퓨터그래픽 공업디자인 패션디자인 등 12개 강좌를 개설했다. 가을학기에는 강좌가 20여개로 늘어났으며 앞으로 전 교육과정을 사이버공간에서 제공하는 ‘사이버 분교’를 지향하고 있다. 학위와 각종 자격증 과정도 개설할 예정.

열린사이버대는 기존 대학의 모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상대학을 설립하려는 시도. 3개의 외국 가상대학도 교류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생과 사이버교수도 탄생했다. 경희대는 6월 신입생 1백58명의 영상을 컴퓨터가 합성, ‘라이언’을 탄생시켰다. 6개월 동안의 작업끝에 탄생한 라이언군은 1백82㎝에 73㎏의 ‘우량아 대학생’. 최초의 사이버교수는 부산경성대의 최환진교수. ‘정보화사회와 멀티미디어’과목을 가르친다.

사이버대학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사이버대학에 대한 위상정립 문제. 가상대학이 평생교육의 장(場)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재학생 위주로 돼 있는 현재 수준을 넘어 사회인으로까지 피교육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사이버공간에서 학점을 취득하면 다른 가상대학에서도 이 학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이버대학에서는 이 제도가 채택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가상수업평가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 법령정비도 시급한 과제. 현재 사이버 대학을 추진하는데 근거가 되는 법령은 ‘평생교육법’과 ‘학점은행제’ 등이다. ‘가상대학법’은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실정.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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