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남편의 TV리모콘 독점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2분


▼아내생각

조윤주(35.주부.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대학시절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과 결혼한지 12년째. 신혼시절에는 남편과 TV채널 선택권을 놓고 별 다툼이 없었지만 아이들도 크고 하니까 부닥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스포츠 중계. 남편은 국내 프로야구와 축구는 물론 AFKN이나 홍콩 스타TV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레슬링 중계까지 모두 챙겨봅니다. 드라마 시간과 겹칠 때면 실랑이가 벌어지죠. 또 남편은 밤 8시 9시 뉴스에 마감 뉴스까지 챙겨봅니다. 별다른 내용도 없는데 같은 뉴스를 왜 계속 시청하는 걸까요.

남편이 가장 야속할 때는 한 프로그램을 진득하게 보지 못하고 계속 채널을 돌릴 경우입니다. 그것도 드라마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요. 원성을 사면서도 케이블TV 채널 30여개를 모두 돌려보는 남편이 정서불안인지 심술을 부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답니다.

저는 낮에 테니스를 하러 다니는데 아주머니들 사이에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드라마를 봐야 합니다. 쇼프로그램은 ‘HOT’나 ‘젝스키스’를 모르면 아이들과 대화가 안되기 때문에 보게 되지요. 남편은 내게 아침방송을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밤에 하잖아요?

▼남편생각

권인철(35.국제상사 프로스펙스 인사과장)

주말이나 평일의 여가시간에는 주로 TV를 봅니다.평균 하루 3시간 이상이죠. TV를 볼 때면 리모콘은 주로 제가 쥐지만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받는 공격도 대단합니다.

저는 낮에는 너무 바빠 신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퇴근후 꼭 뉴스를 챙겨보려고 합니다. 뉴스외에도 시사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중계를 좋아하기 때문에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에는 눈길이 잘 안갑니다.특히 아내가 좋아하는 귀신 나오는 미스터리프로그램은 질색이죠.

아내는 주말에 드라마 재방송까지 챙겨볼 정도예요. 드라마 시간대에 다른 곳에서 뭘하나 보려고 채널을 돌렸다간 난리가 나죠. 아내는 리모콘을 서랍장이나 이불속 등에 숨겨놓기도 합니다. 제가 채널을 돌릴 때마다 딸아이가 3백원씩 매긴 벌금이 4천5백원이라니까요.

결국 영어회화 공부도 할 겸 TV를 한 대 더 살까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화질이 좋으려면 케이블TV에 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했어요. 아내는 아침방송도 보고 낮에 케이블TV도 볼 수 있잖아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남편에게 저녁시간 TV채널 선택권은 양보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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