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심복실/주민등록증을 받는 딸에게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27분


경아야. 네가 벌써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다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진통끝에 너를 낳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너는 유난히 큰 머리를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엄마와 너는 독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촉진제 두대를 맞고도 엄마와 너의 힘만으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해 결국 압축기를 사용해야만 했지. 그 와중에 네 머리에 생긴 상처는 1백일쯤 지나 겨우 아물었다. 네 머리를 감길 적마다 자지러지게 우는 바람에 가슴아파 했던 기억도 새롭다.

한동안 외갓집 식구들이 모이면 너의 탄생순간이 화제에 오르곤 했다. 언젠가 네가 그랬지? 혹시 주어온 아이라는 것을 숨기려고 식구들이 입을 맞춘 것 아니냐고. 어쩜 그렇게 자기만 보면 빼놓지 않고 똑같은 소릴 하느냐고. 그만큼 힘들었단다. 지금은 그때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딸만 둘인 우리집에 아들 못지않게 자식노릇 할거라고 큰소리치는 맏딸 경아야. 그마음 항상 간직하고 착한 딸, 믿음직한 언니가 되었으면 한다. 주민등록증이 나왔다고 바로 성인이 되는 건 아니야. 고등학생이니 만큼 학생 신분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야 돼. 더 신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심복실(서울 성북구 길음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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