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이종분/동네어르신의 생신

  • 입력 1998년 10월 15일 20시 02분


“호진엄마, 내일 아침에 밥먹으러 와요. 할머님 생신이에요.” 마을 이장 사모님께서 아침식사에 초대했다.

‘이 동네는 할머니 생신에도 동네잔치를 벌이나….’

의아한 생각이 들어 옆집 주현엄마에게 물어봤다. “응. 우리 동네는 그래. 어르신들 생신땐 동네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같이 해.”

우리가 사는 곳은 경기 파주시 교하면 동패리. 몇달전 답답한 도시의 아파트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이사했다. 20여호 되는 작은 마을이다. 일산 신도시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가는 거리지만 옛날 시골분위기 그대로다. 울도 없다. 온동네 모두 친형제 친자매처럼 지낸다. 작은 호박 하나도 나눠 먹는다.

문득 어릴적 살았던 시골이 생각난다. 어르신들 생신이면 공회당에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절을 하고 맛난 음식을 실컷 먹었다. 바로 그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식사를 함께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자리는 동네소식을 주고받는 공간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놀고 할머니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할머니 말씀 잘 들을게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어르신을 공경하는 교육이 따로 없다. 산교육 자체였다.

이종분<경기 파주시 교하면 동패3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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