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창]조선문화의 밑거름 서원탐방기 「서원」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29분


조선시대에 유생들이 모여 학문을 닦고 선현들의 제사를 올리던 곳,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정신적 문화적 밑거름이 되었던 곳, 서원(書院). 퇴계 이황의 후학들이 세운 도산서원(경북 안동)이 그렇고 율곡 이이의 후학들이 세운 자운서원(경기 파주)이 그렇다.

조선 사대부들의 정신적 흔적이 배어있는 서원 64곳을 꼼꼼히 들여다본 책. 빼어난 사진 5백컷과 인문학적 교양이 물씬 풍기는 설명이 그 깊이를 더해준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서원 건축에 스며있는 조선의 선비정신.’서원 건축의 특징은 절제와 단아함, 그리고 인공과 자연의 조화로 요약된다. 이것이야말로 수기치인(修己治人)하며 도(道)를 추구했던 조선 선비들의 삶과 학문 그 자체이자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그대로 일치한다는 것. 물론 때때로 역사의 파행과 굴절 속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지만.저자들은 서원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답사한다. 학문을 닦았던 강학(講學)의 공간엔 활달과 생동이 넘치고 제사를 올렸던 공간엔 존엄과 정밀(靜謐)이 흘러 전체적으로 긴장과 이완이 절묘하게 반복되고 있다고.

서원에서 긴장과 이완을 느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책과 함께 한곳 두곳 찾다보면 어느새 서원의 그윽한 정취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열화당. 50,000원. 406쪽.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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