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병호/亞경제회생 위해 도덕 재무장을…

  • 입력 1998년 10월 10일 19시 11분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의 연차 총회가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동아시아 경제의 금융통화 위기와 경제협력을 통한 아시아 태평양 경제를 진작시킬 해결 방안―특히 인도와 중국의 역할을 중심으로’였다.

78개국 1천여명의 아시아 태평양 법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의 경제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각자 자기 국가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그 해결책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방향을 모색했다.

▼아시아적 가치 회복을

회의에서 일치된 의견은 바로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크고 작은 부패와 재벌들의 이권만을 추구하는 극도의 부도덕성이 복합되어 나라 경제가 어렵게 되어 가던 중 외국의 투기성 자본의 회수가 빌미가 되어 하루아침에 IMF관리체제를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작은 충격에도 감당못할 정도로 취약해진 아시아의 경제적 상황은 이미 각국에서 예견되어 왔다는 것이 아시아 태평양 변호사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비민주 권위주의 통치철학이 비민주적 의사 결정을 낳았고 더불어 정부와 기업 정치의 관료화를 낳았다.

관료화된 사회는 극악스러운 투기 자본에 적절히 대응치 못해 결국 아시아 전체의 위기로 이어졌고, 세계 공황마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져왔다.

다시 말해 경제적 위기 근처에 늘 도사리고 있는 부패한 관료주의와 그 부패의 언저리에서 자신의 부의 축적을 위해 혈안이 된 몇몇 기업가들, 그리고 부패에 너무나도 관대했던 국민의 사고 방식이 결국은 해외의 투기 자본에 백기를 들고 경제적 예속국가로 전락하게 만든 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은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찾아 처방하고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시아 사회는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 사회와 국민 모두는 스스로의 경제적 회복을 위하여 아시아적 가치 회복을 우선하면서 자생적인 치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 가치의 으뜸이 되는 골간이 바로 도덕이다.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이란 오상(五常)이 우리 아시아인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도덕관이 아니던가. 그 도덕관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가치관이 되고 있지 않은가.

현대의 도는 깊은 산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에 따분하거나 고리타분한 얘기일 수가 없다.

예(禮)를 기반으로 한 가족구성과 인(仁)과 신(信)을 기본으로 한 대인관계, 의(義)와 지(智)를 숭상하는 우리의 정신세계가 바로 아시아를 지탱하는 힘이고 또한 이 힘이 외세의 침략에도 꿋꿋이 버텨온 근원적인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아시아 태평양 법률가들은 이번 연차 총회에서 특히 도덕의 재무장을 호소했다.

동양적 도덕을 기반으로 나보다는 타인을 위하는 이타주의(利他主義), 고통을 같이 분담할 수 있는 나눔의 미덕, 그리고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날카로운 대처와 응징 등이 보편화될 때 아시아 태평양의 위기는 서서히 스스로 치유될 수 있고 오히려 도덕적 발판에서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 연차총회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부패한 관료주의는 법치주의를 좀먹는다. 부패한 권위에 찌들어 있기에 법 앞에 무례하고 방자한 것이다.

법은 정치적 흥청거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법은 관료주의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법은 숭고한 국민의 가치이며 법앞에 평등하여야만 아시아적 가치 회복과 아시아적 경제회복이 가능하며 IMF관리체제를 극복하는 데도 꼭 필요한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법치주의 확립이 결론

따라서 아태 법률가들은 도덕을 최고의 선으로 하여 법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국민의 정신을 재무장할 때 국민경제는 IMF관리체제의 난관을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아시아 태평양의 경제적 위기 회복은 도덕의 재무장, 법앞에 평등하고자 하는 만민의 의지등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총회에서 얻은 결론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누구나 법앞에 평등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

이병호(아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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