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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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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은 장티푸스 콜레라 디프테리아 등과 함께 감염력이 강한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이처럼 감염력이 강한 전염병은 환자발생 초기에 감염원을 찾아내고 전염로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이질은 지난 3월 대구 신매초등학교에서 처음 집단발병한 뒤 7월에 충북 옥천, 8월에 강원 태백, 9월에 강원 강릉 원주, 경북 영천 경주 안동, 전남 영광, 제주 등에서 잇달아 환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확산은 한마디로 방역당국과 해당 지자체, 주민이 지난 3월과 7월 환자발생 때 각각 초기대응에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이질균은 토착화돼 있어 거의 매년 환자가 발생해 왔다. 우리나라의 세균성이질환자 발생은 93년 1백13명, 94년 2백33명, 95년 23명, 96년 9명, 97년 11명이었다. 올해 발생한 환자 수는 현재 4백88명으로 지난 9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명에 그쳤던 이질환자가 올들어 갑자기 5백명 가까이 급증한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지난 여름의 잦았던 집중 호우와도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되고 있다. 또 이질은 주로 음식이나 식수를 통해 전염되는 등 개인의 위생생활과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작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균성 이질의 원인균은 혈청학적으로 4가지로 구분하는데 이번에 번지고 있는 이질의 원인균은 D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D그룹에 속하는 이질 원인균은 다른 그룹균에 비해 잠복기가 짧고 치료가 용이하며 환자가 겪는 고통도 비교적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균성 이질은 대개 집단적으로 발병하는데다 짧은 시간에 무섭게 번져나간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질의 전국 확산을 막는 일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추석연휴와 그후의 근절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식품위생업소와 집단급식소 등에 대한 철저한 지도점검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철저한 위생생활이다. 이질은 이질 원인균에 오염된 물질이 ‘손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전염병이다. 이질을 ‘부끄러운 후진국병’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가급적 음식을 적게 마련하고 잘 보관해야겠다. 또 개개인이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과 물을 꼭 끓이고 익혀 먹는 것이 이질의 전국확산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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