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美홈런왕 맥과이어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23분


미국 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팀의 마크 맥과이어가 70개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올 시즌을 마감했다. 로저 매리스가 61년 세운 한 시즌 61개 홈런 기록을 9개 경신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당분간 깨기 힘든 기록이다.

그의 홈런열풍에 미국 대륙은 지난 몇달간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린이를 아끼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그의 다른 면모가 부각되면서 맥과이어는 일약 미국을 대표하는 ‘영웅’이 됐다.

▼맥과이어의 대기록 달성은 새미 소사라는 ‘빛나는 조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시카고 커브스팀의 소사는 홈런 레이스에서 시종 뒤를 추격하며 맥과이어의 투지를 자극했다. 혼자 외롭게 뛰지 않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신기록이 탄생한 것이다. 이 점에서 두 선수의 홈런경쟁은 잘 짜여진 한편의 시나리오같은 느낌을 준다.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은 대개 흑인이다. 백인인 맥과이어와 홈런경쟁을 벌인 소사도 도미니카 태생의 흑인이다. 그래서 두 선수의 경쟁은 시즌 막바지 흑백대결의 양상을 띠기도 했다. 맥과이어가 계속 소사를 앞서며 ‘최후의 승자’가 된 것에 미국 사회가 열광한 것은 신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만약 소사가 승자였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미국 프로스포츠는 최고 기량의 선수들을 모아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준다. 스타는 그 속에서 배출된다. 맥과이어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모두 좌석에서 일어난다.

경기모습은 TV로 각국에 중계되고 이를 지켜본 세계인들은 이내 ‘아메리칸 드림’에 매료된다. 가장 효과적으로 미국식 패권주의를 전파하는 미국 스포츠산업의 위력이 무섭다. 거기에서 지금 우리의 박찬호선수가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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