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성동기/『단속직원이 없어서…』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07분


27일 모처럼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친구집을 방문한 김모씨(34·회사원·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오후8시경 친구집을 나서다 깜짝 놀랐다.

낯선 차가 친구집의 차고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던 것. 남의 집 차고앞을 가로막아 주차를 하고도 한마디 사전양해나 연락처를 알리는 쪽지조차 남기지 않는 차주인의 강심장에 기가 찼다.

‘가까운 곳에 차주인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사방으로 찾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견인신고를 하기로 하고 동사무소로 전화를 돌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음은 파출소. “견인은 강남구청에서 담당한다”는 경찰의 말에 김씨는 구청으로 전화를 돌렸으나 견인업체 전화번호와 함께 “그쪽으로 문의하라”는 대답만 들려왔다.

‘이제는 해결되겠지’라는 기대감으로 다이얼을 돌렸으나 이번에는 “구청이 견인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면 견인할 수 없다”는 견인업체측의 설명을 들어야 했다.

차주인의 ‘상식파괴’행위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김씨는 마침내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김씨는 다시 한번 강남구청 당직실로 전화를 걸었다.

“단속직원이 없어 오늘은 곤란합니다. 이러한 사소한 일까지 구청측이 나서서 해결해 줄 수는 없으니 이해해 주세요.”

‘견인할 수 없는 이유’를 너무도 당당하게 주장하는 공무원의 태도에 김씨는 더이상의 도움요청을 포기하고 말았다.

마치 법과 제도도 없는 정글 한가운데에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1시간반 정도 지난 뒤 슬그머니 나타난 차주인은 건성으로만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는 유유히 차를 몰고 사라져갔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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