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권기안/고속철건설 늦출 일 아니다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23분


만 99년 전인 1899년 9월18일 한반도에서 철마(鐵馬)가 첫 운행을 시작했으니 내년이면 한국철도사도 1백년이 된다.

한국 철도 1백년 역사를 돌아보면 전반기에는 일제강점기 대륙침략의 도구로 성장하였고 후반기에는 1945년 해방에 이은 분단과 6·25동란의 참화 속에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그동안 한국 철도는 전시(戰時)수송 전재(戰災)복구에서 새마을호를 운행하고 지하철을 건설하기까지 큰 발전을 이루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철도 종사원들의 각고의 노력과 성취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 이제 한세기를 마감하면서 철도의 역사를 돌아보고 21세기 철도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 물류비 감소효과 지대 ▼

60년대 이후 급격히 발달한 도로에 비해 철도는 상대적으로 정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과밀 도시교통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다시 철도가 각광받게 되었고 고속철도도 건설하게 되었지만 불과 30년 사이에 자동차 대수가 20만대에서 1천만대로 폭증한데 비하면 철도는 사양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육상교통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인가. 철도와 도로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철도는 우선 안전도와 속도면에서 월등하다. 그리고 동일 수송 용량일 경우 점유 용지가 도로의 8분의 1이며 에너지 소모량은 자동차의 20분의 1이다. 그래서 철도는 고밀도 지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공해가 적은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는 수송의 유연성과 편리성면에서 철도보다 뛰어나다. 따라서 이 두가지 교통수단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하느냐가 21세기 교통체계를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관건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물류개념에서 교통수단의 투자효율을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은 물류를 송금하는 것처럼 쉽게 생각한다. 가령 1백만원을 송금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1백만원에 상응하는 물품을 수송하는데는 시간 장소 수송수단 인력 등 복잡한 비용이 들게 된다. 이같은 수송요소들을 올바로 배치하여 수송비용을 줄이는 것이 경제활동의 요체가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고속철도 건설을 예로 들면 공사비에 대한 시비와 예측되는 영업성과에 대한 시비가 있었을 뿐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물류비용이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물류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7%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GDP 2백90조원에서 물류비는 무려 49조원이었다. 이래서는 국제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산업배치로 보아 전체 물류비의 3분의 2가 경부축(京釜軸)에서 든다고 하면 33조원의 물류비가 여기에 해당되는 셈이다. 그중에서 철도의 수송분담률은 10%도 안된다. 경부선의 수송 용량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경부고속철도가 완성되어 대부분의 여객이 고속철로 이전되고 기존 경부선의 용량을 상당 부분 화물수송에 할애한다면 철도의 분담률이 증가하고 물류비는 대폭 감소할 것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절감액이 연간 2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경부고속철도 건설이 1년 늦으면 국민경제에서 2조원이 허실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고속철도 건설문제는 공사비 등 당장의 손익 측면에서 따질 것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으로서의 투자효율을 생각해야 한다. 경부고속철도는 또한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의 자동차 여객을 흡수하여 원활한 소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교통은 공해가 적고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 많은 나라가 환경개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쾌적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만 화석 연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한 매연과 공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철도나 그와 비슷한 교통수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실제로 휘발유세와 같이 주로 자동차에서 얻어지는 수입을 도로 건설에 투자하기보다 오히려 철도 개발에 사용함으로써 전반적인 교통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나라도 있다.

▼ 철도의 르네상스 기대 ▼

정부에서는 21세기 철도망 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남북축 뿐만 아니라 동서축도 고려하여 도로와 함께 균형 발전이 되도록 구상해야 할 것이다. 철도도 이에 걸맞게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서비스향상에 노력하여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단순한 접객 태도 개선을 넘어 승차권의 IC카드 시스템화, 열차운행관리와 여객흐름의 정보화 등 기술적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철도 1백년, 새로운 세기의 철도 르네상스를 기대한다.

권기안<서영기술단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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