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고고학 과거로 들어가는 문」

  • 입력 1998년 9월 14일 19시 03분


1959년 7월 어느날, 폭염과 적요만이 가득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 28년 동안이나 인류의 기원을 찾아 헤매던 한 고고인류학자 부부의 눈이 갑자기 빛났다. 저 멀리 계곡 한켠에 슬쩍 불거져나온 뼛조각 몇개.

그들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혹시 인골(人骨)이 아닐까.” 조심스레 흙을 긁어내니 사람의 화석임이 분명했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드디어 찾아냈어.”

그 짜릿한 만남. 당시 60만년전으로 알려졌던 인류의 기원을 1백75만년전으로 끌어 올린, 고고학사에 길이 빛나는 위대한 발견이었다. 아울러 케냐의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가 최고의 고고인류학자로 자리매김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그 유골의 주인공은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로 명명됐다. 물론 유골의 연대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은 고고학자들의 위대한 발견과 발굴 이야기를 통해 신비하고 매력적인 고고학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고고학 입문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고대 트로이의 전설을 역사적 사실로 입증한 독일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이만, 그리스의 찬란한 미노아 문명을 발굴 복원한 영국 고고학자 아서 에반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고고학자들까지.

‘땅 속에 진실이 있다’는 우직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고고학. 과거 속으로 들어가 옛사람들을 만나고 날카로운 안목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한꺼풀 한꺼풀 시간의 베일을 벗겨가는 고고학. 이 책이 전하는 고고학의 최고 매력 역시 이같은 ‘시공의 넘나듦’일 것이다. 일빛. 12,000원. 421쪽.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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