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 다수는 당초 성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탄핵에 반대했다. 직무와 사생활은 별개라는 생각이었다. 클린턴에 대한 본격조사가 있기 전인 7월 미국의 원로 역사학자 슐레진저도 그를 두둔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에서 슐레진저는 “여론의 압력에도 자신의 사생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가족의 입장을 생각하는 용기”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스타 보고서가 공개된 뒤부터 분위기는 바뀌는 것 같다.
▼요즘 워싱턴에서 성문제에 사로잡히지 않은 유일한 주요인물이 힐러리라는 농담도 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온갖 부끄러운 짓’을 다했는데도 의연한 그가 보통 여걸이 아니라는 것이다. 힐러리는 “내 남편이며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이 자랑스럽다”고 공개석상에서 강조했다. 의도적인 발언일 수도 있으나 극기의 본보기로 화제다. 스타 보고서 이후 힐러리의 모습이 또 다른 관심사다.
▼미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기준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 만한 이유가 있다. “유일한 세계권력이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빨리 해결되기 바란다”고 한 콜 독일총리의 언급도 그런 관심의 표현이다.그러나 쿠바 공산당 기관지는클린턴스캔들을‘청교도 정신의 허위’라고 비꼬았다. 통치자와 피치자의 윤리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은 마키아벨리에 의한 중세기적 명제였다. 미국민이 대통령의 도덕성을 어떻게 정리해 갈지 주목된다.
김재홍<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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