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찾기]케이블TV 「총체적 난맥」

  • 입력 1998년 9월 13일 19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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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와 적자로 얼룩진 케이블TV업계. 부처간 업무조정조차 못하는 행정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는’ 케이블방송업계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자와 행정부는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정부 여당은 지난달 말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지역방송국(SO)이 채널을 독자적 편성해 요금을 다양화하는 것 △채널간의 합병 △장르의 변경 등을 골자로 하는 케이블업계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사(PP)는 SO가 29개 전 채널을 동시에 내보내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자고 주장, 모처럼 나온 정책이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시청자 편에서 보면 모든 채널을 보든 안보든 무조건 1만5천원을 내야하는 현행 요금제 대신 원하는 채널 몇개만 골라서 보고 몇천원의 요금을 내는 ‘채널 티어링(Channel Tiering)제’가 훨씬 이익이다. 케이블TV업계로서도 중계유선방송 측과 1만5천원 대 4천원 안팎의 요금 경쟁을 하는 것보다 이처럼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실리만 염두에 둔 대다수 PP는 수익이 더욱 악화될 것만 생각해 고루 수입을 나눠갖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어떤 프로그램을 내보낼 것인가 하는 프로그램편성권은 전적으로 SO의 권한”이라며 “PP들이 무조건 전채널을 내보내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SO를 위협하는 것은 담합 행위”라고 비판했다. 업계의 단기적 이익때문에 시청률이 비교적 높은 PP까지 ‘공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SO와 중계유선측은 단일법으로 묶이는 것에 대해 수년간 이어진 소모적인 찬반 논쟁을 새 방송법 통과를 앞두고도 되풀이하고 있다.

또다른 방송 전문가는 “케이블업계의 부실은 근본적으로 방송업무를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로 이원화해 놓은데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방송 철학 부재’의 행정부를 질타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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