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캐나다인의 「함께 사는 법」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16분


캐나다 토론토에서 3년반을 살면서 그곳 사람들이 초보운전자처럼 차를 살살 모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옆집의 스테이플스 부부도 운전경력이 각각 30년 이상이지만 운전학원을 겨우 마친 사람처럼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통표지판을 무시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번은 가족과 함께 가벼운 나들이에 나섰는데 웬 차가 뒤에서 빵빵 하며 따라왔다. 길 가에 차를 세웠더니 뒷 차에서 할머니가 내리면서 “브레이크 등 하나가 안들어온다”고 알려주었다.

어느날 앞에 가는 차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고 친절한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앞 차를 세웠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해주었다. “경찰 단속이 문제가 아니라 사고라도 나면 당신 책임이 되니 조심하세요.”

아이들이 다니던 세인트 아그네스 스쿨에선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컴퓨터 등 학교비품을 마련하기 위한 ‘조용한 경매’행사가 열린다. 장소는 겨울에 한산한 골프장 식당이고 식사비는 각자 부담.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쓰던 물건을 들고나와 얼마를 받으면 좋을지를 써붙여서 학교에 기증한다. 다른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은 경매물건을 조용히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이름과 가격을 적어놓는다.

경매엔 생활용품이나 옷 외에도 ‘2시간의 수영지도’도 나온다. 물건값은 50캐나다달러(4만3천원)안팎. 재미있는 것은 ‘교장선생님과 저녁식사권’이나 ‘시장과 차 한 잔’. 이런 티켓에는 ‘가격을 따질 수 없음(priceless)’이라고 적혀있는데 1백50∼2백캐나다달러(13만∼17만원)면 당첨이다. 학생들의 생음악이 울려퍼지는 속에서 학부모들끼리 사귈 수도 있는 건전한 행사가 인상적이었다.

정권(외환은행 워크아웃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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