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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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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 더 독이라는 이상한 제목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말이다. 보통은 개가 꼬리를 흔들지만 이 영화속엔 “만약 꼬리가 개보다 똑똑하다면 개를 흔들 수도 있다”는 친절한 설명이 나온다. 속담으로 풀자면 ‘본말전도(本末顚倒)’, 정치 속어로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친다’는 뜻. 어떤 영화기에 이토록 복잡할까?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걸스카웃 소녀를 성추행했다. 당연히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진다. 다음날 조간신문 1면톱은 당연히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일터.
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 모사꾼인 전설적 백악관 명대변인 콘라드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이 영입된다. 정치와 언론, 그리고 대중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선택한 해결책이 바로 전쟁.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치는 것, 다름아닌 왝 더 독이다.
클린턴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가 연방대배심에 2차 출두한 바로 그날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기습적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지만 영화속 브린은 한 수 위다. 실제로 폭탄을 쓸게 뭐 있나. 가짜로 전쟁을 ‘만들면’ 되지.
이제 할리우드의 명제작자 스탠리 모스(더스틴 호프먼)가 등장할 차례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컴퓨터그래픽을 활용, 사실보다 더 사실적이고 감동적인 하이퍼 리얼리티의 전쟁을 제작해낸다.
세상에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국민이, 언론이 보고 있는데…하고 혀를 차지 마시라. 그런 순진한 관객을 향해 브린은 일갈한다. “사람들이 걸프전에 대해 뭘 알아? CNN에서 본 폭격장면? 그것도 다 영화촬영이었다구!”
미디어 조작과 대중 교란. 이같은 ‘쇼 비즈니스’에 의해 영화속 대통령은 당당히 재선된다. 독오른 벌침처럼 신랄한 결말. 현실을 뛰어넘는 영화적 상상력이 전율을 느끼게 한다.
과연 권력이란,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생각케하는,그리고 과거 ‘평화의 댐’과 종류도 다양했던 ‘북풍’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공식 인터넷사이트(http://www.wag―the―dog.com/)에는 진실과 정의에 관한 ‘코미디’라고 나와있다. ‘레인 맨’으로 아카데미감독상을 수상한 배리 레빈슨 연출작.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