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제몫하지 않는 일본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47분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끝없이 제 탐욕만 채우려는 하이에나.’

일본의 한 언론은 요즘 ‘일본 때리기’에 열심인 국제사회가 보는 일본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세계경제, 부(負)의 연쇄’라는 말이 유행이다. 세계경제의 악순환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말(진단)은 무성한데 행동(처방)은 신통한 게 없다는 평이다.

지구촌은 총체적인 경제위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외환위기의 진원지였던 동남아의 경제상태는 더 악화했으며 아시아경제를 떠받쳐야 할 일본은 우등생에 부끄럽게 전후(戰後) 최악의 내수불황과 금융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위안(元)화 불안에 대홍수까지 겹친 중국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는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금융시장 불안의 지진은 중남미에까지 번졌다.

‘기존 세계경제질서의 유일한 승자’로 여겨졌던 미국의 내수경기와 증시도 내리막길로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30년대의 세계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세계의 이목은 일본에 쏠려 있다. 연쇄파국을 막기 위한 탈출구를 그래도 일본에서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경제기초를 꼼꼼히 따져볼 때 그래도 일본은 ‘세계경제회생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왠지 일본은 금융기관 부실채권 처리나 내수진작 정책 등에 미적거리며 좀처럼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없다(저팬 나싱)”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것은 그런 한계 때문인가.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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