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남영/정상화된 국회가 해야할 일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우리 국회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정상화됐다. 그동안 식물국회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 온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아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와 정치권 개혁을 위한 처방 마련에 박차를 가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IMF체제하에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으며 낙후된 정치 경제 행정 등의 구조를 조속한 시일 내에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현재 국민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년 여름의 극심한 자연재해로 인해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농민 노동자 등의 서민경제는 더욱 위축되어갈 전망이며 실업자들은 더욱 늘어만 갈 것 같다.

그러나 그간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 전반의 정치행태를 보면 국가위기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었다.

국정보다는 당리당략에 얽매여 국정보다는 여야간의 힘겨루기에 열중했으며 결과적으로 정치인들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중요시하는 집단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 민생법안 처리 서둘때 ▼

현재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원망과 비판의 정도는 대단하다.

이러한 국민의 원망과 비판은 자칫 우리가 힘들게 가꾸어 온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회의로 전환될까 두렵다.

우선 국회가 정상화되면 국민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산적한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더불어 국민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제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 실업자대책마련, 홍수로 인한 이재민 구호대책과 복구대책마련, 추가경정예산의 심의 처리 등 실질적으로 국민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반 활동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오늘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법이다.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금 겪는 고통이 반드시 극복되고 미래에 다시 그러한 고통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확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

그러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이번에 정상화된 국회에서는 우선 정치권과 행정개혁을 위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시적인 성과물이 제시되어야 한다.

생산성 있는 정치를 향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더불어 쓸데없는 규제와 통제를 무기로 하여 무사안일의 늪에 빠져있는 행정체계를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치개혁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정치권이 자신의 소아병적인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정치개혁이 빈번이 실패해온 이유 중 하나는 정치인들 스스로가 자신의 기득권 포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개혁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개혁이라는 커다란 그림에 여야가 동의한다면 당리당략의 문제는 차후의 문제다.

당리당략 차원의 문제가 정치개혁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정치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치개혁의 목적은 정치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개혁의 방향이 제대로 잡혔는지 아닌지의 척도는 그것이 얼마나 국민을 위한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 국민위한 정치개혁을 ▼

행정개혁에도 몇가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째, 행정은 지배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생활을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관습화되어 온 관존민비의 타성을 불식시켜야 한다. 둘째, 행정의 탈 정치화가 시급하다. 정치적인 요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행정은 일관성의 결여는 물론 전시성 또는 일과성 행정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셋째,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정신으로 개혁은 불가능하다. 또한 그러한 나태한 습성을 가지고는 21세기의 새롭고 급변하는 행정수요를 감당해낼 수 없다.

국민은 국회가 개혁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혁은 국민의 염원이며 국회는 그러한 국민의 뜻을 정치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대의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도 우리가 개혁에 실패하면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모든 의원이 환골탈태의 자세로 국정수행에 임해주길 바란다.

이남영<숙명여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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