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표적司正 타령」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사정(司正)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통하는 우스개 ‘사오정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남들이 다 알고 또렷이 들리는 내용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는 ‘사오정’.

국민회의의 전현직 의원들이 경성건설그룹 비리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사실관계가 어떤 것인지는 뒷전으로 미루고 이를 수사하던 검찰에 화살을 돌렸다. 일부는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염홍철(廉弘喆)전대전시장 수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도 그렇다. 16일 대변인 성명까지 내면서 염전시장을 수사해온 검찰의 ‘저의’를 문제삼았다. 당 간부들도 나서서 “정치보복적 의도” “야당 파괴목적의 사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저의’ ‘표적’ 등의 주장으로 맞서기 전에 먼저 실체적 진실이 어떤지를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염전시장의 비리혐의는 법원 판결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염전시장 스스로 인정한 사실관계만으로도 그와 그의 정치적 동반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염전시장은 96년9월 의과대학 신설을 바라는 병원 이사장에게서 고위 공직자들에게 로비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3천만원이 입금된 병원직원 명의의 통장을 도장과 함께 건네받았다.

염전시장의 주장은 이 돈이 정치후원금이라는 것. ‘그러나 염전시장이 ‘투명한 정치’를 자부하면서 밝힌 96년도 정치후원금 명세서 어디에도 이 돈의 내용은 없다.

비리청산 수사를 놓고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느니 하면서 흔드는 수법도 구태 중 하나다. 국민이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상투적으로 보복사정 운운한다면 ‘사오정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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