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해 아픔 같이 나누자

  • 입력 1998년 8월 7일 19시 25분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엄청난 폐허의 현장을 보며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새삼스레 절감한다. 이번 서울 경기북부지역 수해는 가뜩이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상황과 겹쳐 더욱 참담함을 안겨 주었다. 집과 가재도구 농경지 가축을 몽땅 성난 물결에 떠내려보낸 침수지역 주민과 농민 축산농가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산사태로 졸지에 가족과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 군복무중이던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 심정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언제까지 하늘을 원망하며 눈물 지을 수는 없다. 이대로 좌절하고 주저앉을 수 없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이제는 복구에 있는 힘을 다 쏟아 하루빨리 생활의 안정을 되찾는 일이 중요하다. 한반도 상공의 비구름대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추가 피해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2년 전 큰 수해를 입고도 이번에 또 물난리를 당한 경기 북부지역은 악몽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수마를 피해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간 주민들은 또 한차례 넋을 잃는다. 가재도구가 거의 못쓰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 가스 식수마저 끊긴 상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기 짝이 없다. 인근 학교시설 등에 수용된 수재민들도 불안과 허탈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살아나갈 용기다.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고 국민은 동포애를 발휘해 그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재민들에게는 우선 식수 식량 전기 가스 등 생활필수품의 공급이 절실하다. 정부가 방침을 정한 세금감면과 납부기간 연기, 생계비 지원 등도 이재민에게 당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수해지역에 찾아오는 수인성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도 필수적이다. 무너지고 끊긴 도로 교량 철로 전기 통신의 조속한 복구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이 모든 이재민 돕기 및 수해복구 예산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재의연금과 구호물자 모으기에 전국민이 동참, 아픔을 나누는 것은 이재민들의 재기(再起)에 무엇보다 큰 용기가 된다. 이번 불행이 국민을 통합 단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 수해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침수지역 가옥은 반드시 정밀점검을 실시하고 보수해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하천 제방의 안전성 재점검, 하수와 배수시설 보완, 구난체계 재정비도 꼭 필요하다. 벌써부터 급등조짐을 보이고 있는 채소값을 안정시키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