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0년전 쓰레기의 「복수」

  • 입력 1998년 7월 30일 06시 31분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로부터 당하는 보복인가.

서울 도봉구 방학동 주민들이 요즘 인근 D그룹 방학동 식품공장터에서 풍겨오는 쓰레기 악취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악취의 원인은 공장에서 버린 폐기물이 아니라 공장이 들어서기 전인 40년 전에 이곳에 버려졌던 생활쓰레기다.

중랑천과 가까운 이곳은 59년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서민들이 연탄재나 음식물쓰레기 등을 마구 버렸던 곳. 매립하고 포장해서 그 위에 공장을 지어 돌릴 때까지만 해도 별 탈이 없었다.

그러나 D그룹이 최근 공장을 군산으로 옮기기로 하고 공장부지를 아파트 시공업체에 팔고 아파트시공 업체가 1일부터 터파기공사를 시작하자 40년전 쓰레기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터파기가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에는 40년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병과 연탄재 등이 곳곳에서 흉물스럽게 드러났고 쓰레기 썩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 때문에 창문을 못 열고 지내는 것은 물론 구역질이나 두통을 앓는 사람도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9월 이전을 앞두고 아직도 공장을 일부 가동하고 있는 D그룹측도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공장측은 아파트 시공업체와함께 24시간 쉴새없이 탈취제를 뿌리고 있지만 역부족. 공장 관계자는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가 40년만에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것 같다”고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구청도 하루 수십통씩 걸려오는 민원전화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구청 관계자는 “그저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농(化膿)은 살이 되지 못한다’는 속언도 있듯이 환경문제는 눈가림으로 대처해선 안된다는 실례(實例)가 아닐까.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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