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경제단체도 「군살빼기」…정부 「자립」촉구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45분


경제단체들이 요즘 ‘죽을 맛’이다. 단체들마다 대대적인 인력 조직감축 바람에 휩싸여 직원들은 하나같이 좌불안석이다.

그러잖아도 주수입원인 회비가 제대로 안걷혀 궁색해진 살림에 허덕이던 이들 단체들은 최근 기획예산위로부터 ‘살벌한’ 통보까지 받았다.

“정부 도움에 더이상 기대지 말고 스스로 독립할 각오를 하라”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회원 업체에 일률적으로 부과해온 회비를 폐지해야 한다. 자연 수입 감소에 대비, 인원과 조직을 축소해야 할 형편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3백80여 임직원중 1백명 가량을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계의 정리해고 주장을 대변하고 있는 경영자총협회는 ‘모범을 보이듯’ 올해 이미 14명을 ‘정리’했다. 무역협회도 직원 20%, 임원 40%를 내년말까지 줄여야 한다.

순수 민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사정이 나을 게 없다. 회원기업의 부도사태로 회비수입이 격감, 출판국 등 산하 사업부를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IMF 찬바람이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 몰랐다”고 한숨이다.

반면 주한 외국경제단체는 IMF를 ‘즐기고’ 있다. 주한미국상의 유럽연합(EU)상의 서울저팬클럽 등은 외국기업 진출붐을 타고 ‘그늘’에서 나와 한국경제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곳곳에서 강연 간담회 요청이 쇄도,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형편이다. 국내단체와 똑같은 얘기를 해도 정부의 반응이 다르다. 얼마전 수입상품의 수입원가 표시제를 폐지한 것도 이들의 작품이다.

‘우는 한국단체, 웃는 외국단체.’ IMF가 빚어낸 또하나의 풍속도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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