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혼탁으로 막내리는 재보선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10분


7개 지역의 국회의원 재선거 보궐선거운동이 혼탁 속에 막을 내리고 오늘 투표가 실시된다. 선거운동은 막판에 접어들수록 흑색선전 금품살포 시비와 고소고발로 얼룩졌다. 김대중(金大中)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의 선거 가운데 불법 탈법이 가장 심각했다고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이 지적할 정도다. 새 정부가 외쳐온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이 헛구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총재대행은 김대중대통령의 비자금이 이번 선거에 투입됐으며 아태재단의 후원금도 유입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혐의로 이대행을 고소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판단할 자료는 없으나 그런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유감스럽다.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국과 당사자들은 진상을 철저히 밝혀 의혹을 해소하기 바란다. 당국은 모든 불법 탈법 사례를 끝까지 추적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또 다시 중간에 흐지부지하면 연립여당이 재 보선 이후에 추진하려는 정치개혁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김대통령이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에게 1백만원씩을 귀향활동비 명목으로 주어 논란을 빚었다. 국민회의가 주장하듯이 전임 대통령들은 몇 배나 많은 활동비를 여당의원들에게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대통령의 처사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다. 국민은 고통분담을 강요받고 있는데도 의원들은 몇달째 놀면서 세비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다. 게다가 재보선에 총동원된 의원들에게 돈을 준 것은 오해를 낳을 소지가 있다.

오늘 재보선에는 연립여당의 정국주도권과 한나라당의 당권 향배가 걸렸다고는 하나 여야는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과열시켰다. 국회를 팽개쳐 제헌절 50돌마저 ‘식물국회’인 채로 보냈다. 4·2 재보선 때도, 6·4 지방선거 때도 여야는 의정을 외면하고 선거에만 매달렸다. 선거만 닥치면 국정도 나몰라라 하는 버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정치권은 심각하게 자성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선거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유권자들이 갖고 있다. 불법 탈법을 유권자들이 표로 질책해야 선거풍토가 조금씩이라도 맑아질 수 있다. 깨끗한 선거운동을 유권자들이 표로 격려해 주어야 선거문화가 한발짝씩 개선될 수 있다. 선거운동이 혼탁해 유권자들의 혐오감을 키워놓은데다 오늘은 임시공휴일도 아니어서 기권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권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치를 심판하고 감시하는 일은 투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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