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신용하/대한민국 50년 다시 일어나자

  • 입력 1998년 7월 16일 19시 39분


코멘트
올해 대한민국 수립 50주년에는 광복절 하루만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아니라 제헌절인 7월17일부터 정부수립일이며 광복절인 8월15일까지 약 한달간 태극기를 달기로 했다고 한다. 또 태극기의 행진과 달리기로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고 한다.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은 이미 반만년 전 고조선을 건국한 이래 유구한 국가생활의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가 길면 어느 나라나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거듭하는 법이다. 한국민족 5천년 역사도 그러했다.

▼ 국민 희망잃지 말아야 ▼

그러나 대한민국의 수립은 한국민족이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민족사상 처음으로 나라를 완전히 빼앗기고 식민지로 굴러 떨어졌다가 선조들의 독립을 향한 혈투의 결과로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고 새로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는 사실에서 또다른 의미의 제2의 건국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이며 민주 헌법에 기초한 나라다. 그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을 직접 계승하여 제정된 헌법이었다.

대한민국 50년의 역사도 파란만장한 역사였다. ‘한국전쟁’을 회고해 보라. 조국강산은 어리석은 자들의 불장난으로 동서냉전의 대리 열전장으로 변해버렸다. ‘비단같이 아름다운 강산(금수강산)’이라 불리던 한반도는 초토가 되어 참혹한 폐허로 변해 버렸다. 외국기자들은 이 절망적인 나라에서 민주주의나 발전을 구하는 것은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나 휴전 후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은 이 나라를 어떤 나라로 만들었는가. 부패한 독재정권을 타도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재건하고 또 40년간 열심히 노력하여 건국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60달러도 안되던 나라를 국민소득 1만달러의 고도성장국가로 만들었다.

작년 광복절 때만 해도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통일이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한 나라가 한 정권의 무능무책으로 외환관리를 잘못하여 IMF 경제신탁통치하에 들어갔다가 불과 반년만에 대추락과 총체적 위기 속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 국민은 너무 낙망하거나 위축될 것은 없다. 현재 총체적 위기 속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의 위기설명은 과장돼 있다.

일부 국내 학자와 외국인들은 지난해 광복절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계속적인 고도성장을 상찬하면서 한국을 곧 선진국이 될 모범적 선두 중진국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똑같은 인사들이 지난해 12월3일 IMF관리체제 이후부터는 평가를 1백80도 바꾸어 한국은 모든 것이 잘못됐으므로 거의 미래가 없는 것처럼 혹평하고 있다. 모두 과장이 심한 평가다.

한국은 비록 ‘외환사고’로 경제부문에서 많이 부서졌으나 원래의 고도성장의 근원적 엔진, 생산시설은 건재하다. 얼마든지 다시 일어서서 달릴 수 있다. 한국전쟁 직후를 회상해보라. 아무 것도 없는 폐허 위에서 우리는 교육열과 노력에 기초해 기적같은 대발전을 성취하지 않았는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총체적 위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해 짧은 기간에 얼마든지 극복해 다시 선진문명국에 진입하는 대발전을 계속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환상을 버리고 사물을 냉철하게 실증적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IMF가 구세주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IMF는 2백10억달러 장기차관의 약을 우리에게 주면서 동시에 한국을 채권국가들의 시장으로 개편하기 위해 한국경제의 정체와 마이너스 성장과 대량 실업의 병도 주고 있음을 똑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 새각오로 태극기행진 ▼

세계무역기구(WTO)가 세계공동체를 추진한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그것은 선진 부국들이 저들의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담합해서 금융부문까지 세계 단일시장체제로 만들어 놓고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을 공식화한 체제임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국제환경에서는 대한민국의 국가의식 민족의식 애국심 민족문화 민족언어와 문자를 더욱 소중하게 지키고 발전시켜서 강대국들에 희생당하지 않으면서 국제협력과 세계평화, 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동시에 성취해야 한다.

대한민국수립 50주년에 태극기의 행진을 상징으로 하여 우리 한국인들은 다시 한번 일어서서 달리자. 굳게 단결하여 IMF를 조기에 극복하고 다시 대비약(大飛躍)을 시작하자.

신용하(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