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일총/「공기업 민영화」성공하려면…

  • 입력 1998년 7월 5일 19시 42분


3일 기획예산위에서 발표한 제1차 공기업 민영화 방안은 범위, 대상기업 선정 기준, 민영화의 수준 등에 있어서 과거 민영화계획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치 발전된 안으로 평가된다. 이번 민영화계획과 과거 민영화계획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포철 한전 한국통신 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 한중의 빅6를 포함해 상업성이 강한 공기업 대부분을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둘째, 규모가 큰 공기업에 대해서는 동일인 지분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그동안 민영화의 걸림돌이 되었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했다. 셋째, 민영화와 함께 산업정책 규제정책상의 보완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민영화계획은 상업성이 강한 공기업의 일부를 빠뜨렸으며 단계적 민영화 대상인 일부 대규모 공기업에 대한 대책이 기대에 못미치고 규제정책상의 보완대책이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는 등 현실과 타협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전 한국통신 가스공사의 3대 네트워크 사업자에 대한 민영화계획이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향후 이 공기업들에 대한 요금규제제도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발표된 내용을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는 한편 이번에 발표된 내용중 미흡한 부분을 수정 보완해 민영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일은 민영화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관련 법령을 손질하고 주식을 제 값 받고 파는 한편 민영화 대상 공기업과 관련된 산업정책과 규제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또한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된 전 공기업에 대해 즉시 이윤동기에 입각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영화의 가장 큰 의미는 과거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직접 생산 공급하던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을 이윤동기에 입각한 민간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독점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간접적 규제자의 역할로 후퇴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과거 공기업의 경영을 지배하던 각종 정책목표를 공기업과 분리하는 한편 자연독점기업에 대한 요금규제 등 필요한 공공성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적용될 규제의 내용이 합리적이고 규제절차가 투명해야 외국 투자자로부터 좋은 가격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된 공기업에 대해서는 정부부문의 효율화 차원에서 강도 높은 경영혁신 및 과감한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은 주무부처 등 관료조직, 노조, 정치권,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부분적으로는 우리사주에 대한 주식의 할인매각 등 유인 제공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정면돌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영국이 대처총리의 영도하에 과감한 공기업 개혁을 통해 IMF위기에서 벗어나 경제를 재건했고 브리티시 텔레콤(BT)등 당시 민영화된 영국의 공기업들이 지금은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변신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남일총(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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